프라이머리(feat. E-Sens of 슈프림팀) - 독
지금에서야 더 와닿는 이 가사를 왜 어릴 적에 그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지금과 10년 전의 킬링 벌스는 다르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곡이다.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학창 시절, 뭐든 할 수 있다고 응원을 받았지만 정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의심 많았던 20대, 이젠 뭐든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싫어하던 꼰대와 가까워져가는 내 모습에 대한 혼란의 30대. 그 뒤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과거에 쓴 일기장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명 잊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파묻혀있다. 자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던 때는 지나갔고 이제야 자유롭고 싶은 게 훨씬 심해진 요즘, 자유에 따르는 책임에 고심하고 있다. 그래도 스스로 믿고 있던 것이 있었기에 퇴사를 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휴식이라는 것을 맛보며 짬짬이 일을 하다가, 다시 그 자유의 시작을 기억하며 잃어가던 의지를 하나씩 붙잡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퇴사하던 그 시절에, 어떻게 그 나이에 그만 둘 수 있냐고 대단하다며 말하면서도 은근히 겁을 주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면직한 것을 아깝게 생각할 것이라며,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공무원이 딱이라고 말하는 친인척들 또한 나보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뛰고 싶어도 앉아 있는 자리가 더 편하다며 말하는 사람들에게, 속으로 겁먹고 낡아버린 그들을 비웃었지만 나 역시 언젠가 그들과 다르지 않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공포로 다가왔다.
지금 30대들의 외모나 생각을 보면, 과거의 30대와는 많이 달라보인다. 사실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만이 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만큼은 당장이라도 방방을 타고 소리를 지르며, 방귀소리 같은 원초적인 유머에도 박장대소를 할 수도 있다(이미 그렇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지만). 그렇다면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걸까? 아니면 어른들도 놀이터에서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고 싶어도, 그런 것쯤은 참고 지내는 것일까? 어른이라는 것이 정확히 어떤 상태가 되는 것인지, 곧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 혜택에는 지원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대학을 가면 다 해결이 된다는 말 이후로 믿(고 싶)지 않는 말은 어른이 되면 알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말 뒤에 숨겨진 것은 최면일 뿐 절대 현명해 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렇지만 그들과는 다르게 될 것이라 용기 내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바로 남들의 눈이다.
잠시 직장 생활을 멈춘 동안 알게 되었다. 처음엔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지내면 되는데 왜 회사를 다니며 힘듦을 자처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쉬는 동안 노동에 대해 생각해보고 세금 제도를 알아가며 사람을 지키는 장치인 법에 관심을 가지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겼다. 그리고 자문했다. 지금의 나는 혼자서 얼마나 잘 벌기에 그렇게 오만한 생각을 하는데?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거 아닐까?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 각자의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그리고 꼰대같은 어른들도 많지만 세상엔 참 어른다운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런 어른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싶다. 사회의 시스템과 의례적인 절차를 무지성으로 따르지 않으면서,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며 그때의 나를 이해하듯 지금의 어린 친구들과, 언젠가 나의 부사수가 될 사람들을 이해하는 사람. 나의 발을 밟는 사람에게 똑같이 아픔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혹은 발을 밟히고도 아프지만 아무 말 못하고 참다가 뒤에서 눈 흘기는 사람이 아니라 현명하게 상황을 풀어낼 수 있는 어른 말이다.
나에게 위로가 될만한 것들을 뒤지던 때 참 많은 취미를 가졌었다. 남들은 취미 부자라고 했지만 여유있게 그림을 그리고 운동을 하는 평화로운 시간은 나와 관계없는 시간이었다. 기도를 하면 나아질까 싶어 세례도 받았지만 신을 믿지 않았고, 나를 믿기에는 망가저버려서 한참을 갈피 못잡던 시절 또한 어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젊은 어른. 그때 이 잘못된 것을 얼른 고쳐야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압박감이 젊음을 찌그려트려놓았다. 대체로 성공에 거품이 끼었었고, 기회보다는 유혹이 다가왔었지만 이젠 그런 것쯤은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겼다. 이만큼이면 30% 정도 멋진 어른이 된 것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무엇이든 급하게 하려 한다면, 내가 정말로 하고자 했던 본질을 잊을 수 있으니 차라리 멈추라고 하겠다. 중요한 모든 것을 다 안고 갈 수는 없지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내려놓고 갈 수 있는 현명함을 지니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