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백수인가
자의 70%, 타의 30%에 의하여 얼마 전부터 백수가 되었다.
공부 못하는 애한테 공부 못한다는 말을 하면 깊은 상처가 되듯이 지금 백수인 나에게 누가 백수라고 하면 마음이 약간 아프다.
나는 나의 사정, 그러니까 직장의 위치 때문에 남편과 연애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함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사리 나에게 여유를 내어 주지 않았다.
얼마 전 썼던 글에도 있듯이 외로움마저 참고 버티게 해 주는 것이 월급이라는 존재니까.
게다가 나는 어느 순간부터 나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라(응?) 내가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꾸역꾸역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장거리 생활이 길어질수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타지에서의 직장생활인지라 퇴근하고 돌아오면 멍하니 TV를 틀어놓고 시간만 보내는 날들이 늘어갔다.
하루하루 날짜가 흐르기를 기다리며 사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부분은 지금도 고민하는 것 중 하나)
무엇보다 올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지역간 이동에 너무도 큰 심리적 부담을 주었다.
결국 나는,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내 인생의 모토이자,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늘 염두에 두는 말에 따라 나는 결정한 순간, 실행에 옮겼다.
회사에 의사를 밝히고 나의 작은 숙소를 정리하고 소박한 살림살이를 하나하나 팔기 시작했다.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과 남편과 함께 살게 되었다는 것.
하지만 그만큼이나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내 브런치 작품 주제 중 하나가 "일하고 돈버는 바람직한 삶"인데 "일하고 돈버는"이 빠진 상태에서 어떻게 바람직한 삶을 살아내야 할 지 혼란스러웠다.
몇번의 퇴사와 백수 시기가 있어 여행과 공부로 그 시간을 메우던, 그저 그 시간이 즐겁기만 했던 과거의 나는 더이상 없다.
그때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버린 지금의 나는 그저, 하루하루가 무기력하다.
여유로운 퇴사 생활의 즐거움은 이제 끝나버린 것 같다.
특히나 이번주는 그 마음이 극에 달하여, 모든 것이 재미없게 느껴졌다.
미리 예약해 놓았던 다음날의 운동수업을 매일 저녁 취소한 후 무기력하게 잠들어 무기력하게 잠에서 깨어나는 하루하루가 시작되고 말았다.
시간은 성실하게도 흐른다.
그리고 나는 부지런히 늙어가고 있다.
불변의 진리 속에서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