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 반나절 체험기

작은 방들이 이룰 도시

by 박호단

클럽하우스

이번 주말은 클럽하우스 열풍이 sns계를 휩쓸었다.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나처럼 느린 사람도 인스타 인플루언서들의 피드로 우연히 알게 되어 어찌어찌 가입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러니까 아싸 문외한의 클럽하우스 반나절 체험기.

클럽하우스가 뭐라고?

1650년에 영국 옥스포드에는 최초의 커피하우스가 생겨 정치와 문화,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으로 성장해나갔다. 사람들은(물론 여기서 사람이란 남자들만을 일컫는 거지만) 커피를 마시며 다양한 주제의 토론에 참여하거나, 그저 구경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클럽하우스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17세기의 커피하우스가 떠올랐다.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토론과 수다를 위한 방이 열리고, 사용자는 조용히 경청할 수도, 모더레이터(방을 개설한 사람)에게 발언권을 얻어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가입이 까다롭다며?

다만 기존 sns와 달리 아직 다분히 폐쇄적이다. 2월 둘째 주 현재 아이폰 유저만 앱 설치가 가능하며, 초대권이 있어야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에게는 단 두 장만의 초대권이 주어지는데, 이 플랫폼에 대한 호기심이 가히 폭발적이라,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서 만원이 넘는 가격에 초대권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음성기반이라니?

방을 개설하는 모더레이터는 자신의 방에 게스트를 초대할 수도 있고, 자발적으로 들어온 자들에게 발언권을 줄 수도 있다. 발언권이 있는 사람들끼리 음성으로 대화를 나누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저 듣거나, 버튼을 터치하여 발언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 직접 듣기 전에는 대체 음성 sns라니 이게 왜 핫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많은 라디오나 팟캐스트나 심지어 보이스톡과 그냥 통화하기, 아니면 줌 미팅과 뭐가 달라? 하지만 경험해보니 새로웠다. 나는 일론머스크와 한 방에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가수, 학자와 작은 룸에 무릎을 맞대고 앉아 이야기를 듣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 다이렉트로 내 음성을 전달하며 그들에게 질문과 호의를 건넬 수도 있다. 굳이 스타 유저가 없어도, 관심분야가 다른 오랜 친구와 지루한 수다를 떠는 대신, 공통의 주제를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 신나게 떠들어댈 수 있다. 벌써 이 플랫폼을 이용해 스몰 라이브 공연을 펼치는 아티스트-호란이라든가-, 선거에 이용하는 정치인-박영선같은-이 나타났다.

미래를 점쳐볼까?

일반인들에게는 갑작스러울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금융계, IT업계, 스타트업계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연히 미래에 흥하게 될 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에 들어가 경청하게 되었는데, 흥미로웠다. 클럽하우스는 작년에 이미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Andreessen Horowitz(A16z)에게 투자를 받았고 한참 사이즈를 불려나가는 중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해서 화재가 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도 투자자와의 연결고리로 찾아오게 되었을 거라는 설. 트위터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꼭 십 년만에 나온 음성기반 sns이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서비스를 개설하기 위해 모두들 혈안이 되어있을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밖에도 발언마다 우주산업, 게임산업 등의 미래를 점치느라 정보가 차고 넘치는데, 이는 인스타그램보다 더 휘발적이라 기록될 수도, 녹음할 수도, 다시 들을 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입 밖으로 나오는 즉시 허공으로 사라지는 말들, 아쉬움과 우려는 이 지점에 공존했다.

내향적인 사람들이라면?

정보가 마치 폭설이 내린 날 밤 적설량처럼 쌓이던 미래지향적이고 자본지향적인 방을 나왔더니, 11시에 오픈하기로 예약된 방의 알람이 뜬다. 작가 김하나씨와 황선우씨가 가수 시와씨를 게스트로 초대하여 한 시간만 함께 하자며 ‘내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곳임을 강조한 방이다. 약속된 시간에 방이 열리자마자 인스타로 소식을 전해들은 500여명의 청취자가 모였고, 모더레이터 김하나씨와 게스트 시와씨는 클럽하우스라는 낯선 플랫폼을 사용해본 소감과 노래 세 곡을 함께 나눴다. 다이얼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고 듣는 듯한 기분으로, 통기타의 어쿠스틱한 선율을 듣는데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좀 전까지 스페이스 엑스의 전망과 실리콘 밸리의 공격적인 투자자들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지금은 다정한 명성가들이 내 귀에 대고 한살림 깐풍장어가 맛있다느니, 이웃이 나눠준 막걸리를 마셨다느니 하면서 나른한 수다를 떨어주는 것이다.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노래와 함께. 황선우씨는 클럽하우스를 배회한 며칠만에 이 조용한 방에 들어와서야 우리의 삶과 예술에서 여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는다는 프로페셔널한 멘트를 남겨주었고, 오백여명의 청취자 중 발언권을 얻은 몇몇 분이 아름다운 노래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것으로 한 시간의 만남은 끝이 났다.

20여년 전 대학가 캠퍼스마다 설치되었던 통신사 부스들이 떠올랐다. 하이텔과 천리안, 나우누리에 접속하면 단색 화면 안에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스타, 음악, 영화, 문학, 정치, 연애마저. 클럽하우스에 열리는 작은 방들이 어떤 거대한 도시를 이룰지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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