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

by 박호단



총명하고 귀여운 나의 아들아
토끼는 일초에 오미터 거북은 일초에 이미터
거북은 백이십미터 앞에서 출발했단다
요이땅! 토끼랑 거북은 몇 초 후에 만날까
...네?

아직은 어려울 수 있어 아들아
그들이 만나는 시간은 몇 초 후일까
몇 초 후인지 모르니까 네모초라고 하자
네모초 곱하기 오는 네모초 곱하기 이 더하기 백이십
.…네?

그림으로 그리면 어떨까 아들아
오미터씩 깡총깡총 이미터씩 엉금엉금
토끼는 빠르니까 앞서간 거북도 언젠간 만나겠지
그게 언젤까 너무나 당연하게도 네모초 후가 되겠지
.....네?

아니 아들아 이거 보라고. 여기 말야 여기!
넘기고 빼고 합쳐서 곱하면 백이십
네모는 뭐겠니 그렇지 사십이지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답은 뭐라고?
……


얘야. 누가 잡아먹냐고. 말을 하라고!
네가 아까 계산했잖아. 사십이라며.
문제를 꼼꼼히 읽으라고 했잖아. 그새 까먹었니?
사십이 그러니까 뭘 구한거야?
…….네……………….모?

결국 아무도 서로 만나지 못했다.
토끼는 계속 뛰었고 거북은 계속 기었고
나는 점점 거칠어졌고 아이는 점점 움츠러들었다.

책을 탁 덮으니 노골적인 제목이 보였다
상위권 연산 씨투레벨 칠십삼쪽
초속 오미터와 초속 이미터 사이
백이십미터의 앞의 거리

거북처럼 앞서 출발해서 토끼처럼 빨리 뛰었으면
‘상위권’에 대한 숨은 욕심을 들킨 것 같아
토끼처럼 눈이 빨개진 아이 앞에서
거북처럼 볼빨간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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