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운 연말

by 김세하

연말이 제법 뻔뻔해졌습니다

밤 12시 땡 치면 설레는 마음으로 놓아주더니

어느 해부터 가쁘게 돌아가네요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쌀쌀맞게 해를 보내주었습니다


시나브로가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하루씩 야금야금 옷장 속을 바꾸어 놓더니

속절없이 지구는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어여쁜 별자리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오지 않을 태양을 접으며

달력에 짤막하게 기록된 파편들을 오려 맞추며

다시는 ‘올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해의 뒤통수를 더듬어봅니다

뒷머리 꽁지를 끌으면서 질문을 하자면

당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기회와 같은 시간이지만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주저리주저리 풀어대는 모습이

미련하게 아름답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끝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