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세하 Dec 31. 2021

뻔뻔스러운 연말

연말이 제법 뻔뻔해졌습니다

밤 12시 땡 치면 설레는 마음으로 놓아주더니

어느 해부터 가쁘게 돌아가네요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쌀쌀맞게 해를 보내주었습니다


시나브로가 참 적절한 것 같습니다

하루씩 야금야금 옷장 속을 바꾸어 놓더니

속절없이 지구는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짝사랑이 맞지 않아서 어여쁜 별자리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럼에도 오지 않을 태양을 접으며

달력에 짤막하게 기록된 파편들을 오려 맞추며

다시는 ‘올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해의 뒤통수를 더듬어봅니다

뒷머리 꽁지를 끌으면서 질문을 하자면

당신 어떻게 살아오셨나요?


기회와 같은 시간이지만 보낼 수밖에 없으니까

주저리주저리 풀어대는 모습이 

미련하게 아름답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끝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가볍게, 메리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