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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잎새 Oct 22. 2023

들어가며

나의 육아이야기를 시작하다

- 애 셋을 키우는데 항상 웃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 애 셋을 키우는데도 평온하고 여유가 넘쳐 보여요. 존경스럽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들에겐 '그냥 하는 말'로 들리는 듯하다. 나 역시 화나면 못 참고 소리 지를 때도 있고, 몇 번 때린 적도 있다. 때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방에 홀로 들어와 내 손으로 내 머리를 때리며 울었던 적도 있다. 아파서 운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해서 말이다.


그들이 하는 말의 포인트는 '애 셋'이다. 아이가 셋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얘길 들었을까? 아닐 것이다. 한 명, 혹은 두 명의 육아는 경험자이거나 어느 정도 상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셋은 상상하기 쉽지가 않다. 나도 아이 하나, 둘 키울 때는 세 아이 육아의 난이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세 아이를 키워보니 생각보다 덜 힘들다. 가끔 미칠 것 같아 욕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그래도 해볼 만하다. 요리 잘하고, 육아에 적극적인 남편이 있고, 동생을 돌볼 만큼 자란 첫째 아들이 있으니까. 남편의 공백이 생기는 주말마다 찾아와 주는 친정엄마와 여동생이 있으니까 말이다.


또 한 가지! 막내가 아직 돌쟁이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이것저것 두려움 없이 만져대는 나이. 잠시 한 눈 팔면 사고 치고, 다치기 쉬운 나이. 모든 아이들은 그 시기를 지나고, 엄마들은 그 시기 아이를 돌보며 힘든 기억을 갖고 있다. 그래서 우리 집 막내를 통해 그때의 어려움을 떠올리면서, 나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도 한다. 그들이 나에게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이런 말을 하는 건, 날 향한 것인 동시에 과거 자신을 향한 위로와 응원이 아닐까.


사실 난, 대단하지도 않고 존경받을만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어쩌면 조금 특이한 사람이다. 애니어그램은 4번 날개를 많이 쓰는 5번 유형이고, MBTI는 INFP라고 하면 '아하!' 하는 사람들도 있으려나. 한때 교사연수원에서 콘텐츠 기획 및 설계 일을 하다가 남편을 만났고, 지금은 전업주부로 육아만 하고 있다. (가끔 부업으로 뜨개질할 때도 있다.) 세 아이 육아를 하고 있지만, 육아에 대한 노하우는 없다. 내 육아는 그저 아이들과 함께 매일을 살아가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의 노하우가 아닌, 육아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흥미가, 누군가에겐 공감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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