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1일 일요일
오늘부터 매일 아침 30분 동안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시간 동안에는 내가 쓰고 싶은 글, 또는 써야만 하는 글에 대한 강박 없이 내 안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그저 기록하는 것이다.
주제나 교훈을 미리 정하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그러나 정직하고 소박한, 꾸밈없는 글을 쓰고 싶다.
사실 매일 저녁이나 취침 직전에 이런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오후 이후의 시간은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을 어제 깨달았다.
갑자기 졸음이 밀려올 수도 있고, 약속이 생길 수도 있고, 모든 게 귀찮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제 쓰지 못한 글을 오늘 아침에 쓴다. 앞으로도 아침에 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불면증에 잠을 설친 밤이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일어나 커튼을 열고 따뜻한 밀크티를 준비해 책상에 앉아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하니 “아무렴 어때”라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온몸에 위로가 퍼진다. 예민하고 불안한 성격 탓에 크고 작은 정신적, 육체적 질병을 달고 살지만, 그래서 남몰래 오랫동안 삶은 불행이라 여겼지만, 글을 쓰는 이 시간만큼은 그런 것들이 지극히 사소하게 느껴진다. 아직 살아 있다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고, 글을 쓴다는 건 아직 끝나지 않은 내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아침공기. 가벼이 날아가는 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고요함. 아직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텅 빈 하루이지만 충만한 감사가 밀려온다. 신기하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 대해 얘기했듯이, 우리 모두가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펜 끝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다.
나는 원래 주말 오후 혹은 밤늦게 주중에 생각한 글감 중 하나를 골라 벼락치기를 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다짐이 아니었다면 아침에 글을 써보는 경험을 평생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침에 쓰는 글과 밤에 쓰는 글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지친 마음과 자책으로 얼룩진 밤. 아직 꺾이지 않은 순진한 마음 위에 쌓이는 아침. 새벽 감성에 기댄 취중고백 같은 글은 밤에만 쓸 수 있다. 반면에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나를 다짐하는 글은 아침에 더 잘 어울린다.
나는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될까.
100명 중 51명의 이야기 보다 잔뜩 움츠린 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일반적 사실과 검증된 증거에 입각한 논리 정연한 글 보다 한 사람의 서사를 온전히 담은 글을 좋아한다. 화려하지만 익숙한 이야기보다 투박하지만 용기 있는 글에 압도되는 나. 쉬운 글 보다, 용기를 내야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비록 아직은 자기중심적인 글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는 타인을 향한 글을 쓰고 싶다. 위로하는 글. 나와 비슷한 사람에게 당신도 글을 써야 한다는 용기를 심어주는 글. 나는 단지 그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