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빛
서른 해를 지나는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데 썼다. 이 일은 나의 학력, 지식, 기술에 상응하는가. 이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지금까지 투자한 자본에 비추어 보았을 때 손해는 아닌가. 공식도 없고 답도 없는 질문의 회전문을 빙빙 돌며 수많은 밤과 낮을 허비했다.
취업을 하면 잘릴까 불안했다. 취업 준비 중엔 연봉, 복지, 직무 삼박자가 완벽히 들어맞는 가장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서 초조했다. 삶엔 다양한 면이 있지만 적어도 일에 있어서 나는 항상 불안정했다. 더 좋은 일을 찾아 여기서 저기로 뛰어다니기 바빴다. 그러한 사고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알았지만 마음으로는 끊임없이 회사와 나를 동일시했다. 일의 한복판에 있었던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일의 시작 또는 떠나올 일의 끝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일을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마음에 새기지 못했다.
일과 삶을 혼동하지 않는 것.
일이 나와 맞지 않고 괴롭고 하기 싫어도 그 감정이 내 삶의 다른 영역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
어떤 일을 하든지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나만의 빛을 끊임없이 변하는 대상에 비출 의지를 잃지 않는 것.
나만의 빛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 다르다. 빛은 서로 다른 개인의 철학과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크게 세 가지 가치를 자원으로 삼아 빛 발전소의 페달을 열심히 굴리고 싶다.
연대. 성장. 독립.
연대란 동료들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이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임을 깨닫는 것. 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비롯된 긍정적이고 포용적인 파급효과에 힘을 보태는 것.
성장이란 자존감이 허락하는 가장 겸손한 자세로 배우는 것.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희망하는 것. 게으른 완벽주의자보다 부지런한 노동자가 되는 것.
독립이란 남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추종하지 않고 나만의 고유함을 서서히 쌓아가는 것. 내 길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없던 길도 만드는 것.
이 세 가지 가치는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회사원, 프리랜서, 창업가, 가수, 작가, 자영업자 등등.
어떤 이의 빛은 태양처럼 눈부시고, 또 어떤 이의 빛은 골목길의 가로등처럼 소박할 것이다. 나의 빛은 아직 손전등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빛의 밝기와 빛이 비춰지는 면적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만의 빛이라는 사실, 그 걸로 충분하다.
불안과 의심, 이상과 감성으로 뼛속깊이 이루어진 나는 앞으로도 여러 차례의 직업 이동과 이직을 반복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과정 속에서 크게 불안해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인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중요한 건 일을 대하는 나의 태도, 그러니깐 나만의 빛을 비추려는 의지다. 어디에서든 나만의 빛을 비출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성장한다. 물론 일상적 스트레스에 굴복하는 날도 많을 것이다. 머리에 깃든 철학을 손발과 입으로 실행할 수 없는 날이 어쩌면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고착화된 생각의 고리를 옳은 방향으로 틀고자 하는 몸부림,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쉽게 버릴 순 없다는 다짐, 이런 작은 꿈틀거림에서 모든 혁명이 태동했음을 기억한다. 자유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