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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Aug 29. 2022

일반인 음원 발매 프로젝트(3) 드디어 발매

편곡, 녹음, 믹싱/마스터링을 거치며 얻은 뜻밖의 교훈들

방구석에서 혼자 기타를 치며 만들어 낸 자작곡을 대중음악 시장에 유통될만한 음질의 제대로 된 음원으로 만들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나는 그럴 실력도 장비도 없기 때문에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을 소개받아 도움을 받았다.


정식 의뢰를 하기 전에 스케치 또는 데모 음원을 만들어 놓으면 작업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된다. 나는 두 곡이 담긴 싱글 앨범을 제작했는데 첫 번째 곡은 홈레코딩 장비를 이용해 데모 음원을 만들었고, 원래 계획에 없었던 두 번째 곡은 아이폰 음성 메모 기능으로 간단하게 녹음했다. 전문가의 손에서 다듬어지기 전, 정말 날 것의 작업물을 기록한다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다. 허접한 녹음파일이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남의 도움 안 받고 오로지 나 혼자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오늘 발매된 두 곡의 원형은 사운드클라우드에서 들어볼 수 있다. https://soundcloud.app.goo.gl/dXkSgE2JkVRJdGar8


데모 파일을 프로듀서에게 전달한 뒤 편곡 방향을 상의한다. 첫 번째 곡 [산책]은 1절까지 미니멀하게 기타와 보컬이 이끌어가다가 2절부터 약간의 리듬을 추가하기로 했고, 두 번째 곡 [빛]은 전체적으로 청량하고 밝은 느낌으로 편곡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단계는 악기와 보컬 녹음. 어쿠스틱 기타, 일렉 기타, 건반, 퍼커션 등을 먼저 녹음하여 MR파일을 만들고 그 위에 보컬을 녹음하면 완성이다. 사실 이 모든 과정을 통틀어 보컬 녹음이 가장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는 혼자 기타 연주를 하며 동시에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보컬이 악기를 따라가기도 하고 악기가 보컬을 따라가기도 하는 밀고 당김의 느낌을 라이브 연주가 아닌 녹음실이라는 환경에서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첫 번째 곡의 보컬과 반주 리듬의 타이밍이 아직도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음 작업을 위한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믹싱/마스터링 과정이 남아있다. 나는 사실 음원 제작을 직접 하기 전까지 믹싱과 마스터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간단히 말하면, 믹싱과 마스터링은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평탄하게 들릴 수 있도록 섞고 조절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각각의 악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하거나, 보컬이 반주에 잘 묻어 나오지 못하거나, 전체적인 음원의 볼륨이 너무 낮아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음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톤도 믹싱/마스터링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작업자 분께 내가 원하는 분위기의 곡들을 레퍼런스로 보내드렸고, 최대한 그런 느낌으로 믹싱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며 얻은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음원 제작 과정에서 수십 번의 모니터링은 필수다. 악기 녹음이 끝나고 나서 괜찮은지 들어보고, 또 보컬 녹음을 마치고 음정/박자 보정을 한 뒤 다시 들어보고, 믹싱 과정에서도 모니터링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수차례 수정을 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 노래를 만든 나조차 어떤 게 최선인지 헷갈리는 때가 많다는 것이다. 보컬이 너무 큰 것 같아서 줄였는데 며칠 후 다시 들어보니 기존 버전이 더 좋게 들린다든지. 타악기가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서 추가했는데 나중에 보컬과 함께 들어보니 썩 어울리지 않아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던지. 뿐만 아니라 음원 제작 막바지에 다다러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점이 들리기 시작했고 모든 걸 다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했다. 급기야 스트레스에 잠이 오지 않아서 격일로 잠을 자곤 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걸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최선과 집착은 한 끝 차이다. 창작물에 최선을 다했다면 적절한 때에 놓아주는 것도 지혜라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하고 넘어가자. 지금까지의 노력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말고.


둘째. 외주의 한계를 이해하고, 외주가 필요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기.

작사 작곡부터 믹싱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싱어송라이터도 있지만 대중음악시장에 발매되는 음원 중 상당수는 철저히 분업화된 시스템을 통해 제작된다. 특히 믹싱과 마스터링은 전문 엔지니어의 영역이어서,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작곡 프로그램과 음향기술을 잘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작곡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나의 경우 작사 작곡과 보컬/코러스까지는 내가 맡고, 편곡과 악기 연주, 믹싱/마스터링은 프로듀서에게 맡겼다. 프로듀서에게 복잡한 과정들을 다 맡겨두니 처음엔 마음이 편했다. 내가 원하는 곡의 분위기와 편곡 방향을 프로듀서에게 열심히 설명했고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음원의 윤곽이 조금씩 잡히면서 프로듀서와의 마찰이 생겼다. 가장 마찰이 심했던 부분은 보컬 또는 악기의 박자와 음정을 조정하는 편집 과정과 믹싱 과정이었다. 내가 원하는 느낌과 프로듀서가 생각하는 것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뇌를 공유하지 못하는 것이 슬플 뿐.

이런 문제들을 겪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하면 된다. 믹싱/마스터링까지는 아니어도 기본적인 미디 작업과 박자/튠 보정까지 혼자 할 수 있게 되면 다음 앨범은 훨씬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끝도 없지만, 반대로 감사한 점을 생각하면 이 또한 끝도 없이 많다.

음악을 시작했다고 말했을 때 멋있다고 말해주고 따뜻하게 응원해준 친구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도 기꺼이 참여해준 프로듀서와 앨범커버를 멋지게 만들어준 디자이너 친구.

정말 감사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4월부터 시작해서 8월까지. 약 5개월의 시간 동안 나도 참 많이 성장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부족한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배웠다.

틈틈이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건, 그렇게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오늘 발매된 푸른초록의 첫 싱글 앨범 [산책]은 모든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푸른초록 - 산책]

멜론: http://kko.to/FjgACqaUv

지니뮤직: http://genie.co.kr/YC5L38

플로: http://flomuz.io/s/a.BQUWY

바이브: http://naver.me/GUQ1P7eB


Spotify: https://open.spotify.com/album/3zspr2VAdCaKwQR3KRwved?si=b2-Rl20ARIeYzqF5TKH7Lg

Apple Music: https://music.apple.com/kr/album/stroll-single/1642102202

Youtube Music: https://music.youtube.com/watch?v=rplA_5d7KCc&feature=share

Youtube:

산책: https://youtu.be/rplA_5d7KCc

빛: https://youtu.be/RDNaFQGSPq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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