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덫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원칙

by 온유

지금도 여전히 화두지만, "ESG"라는 용어가 거의 모든 기업의 소식과 언론 기사에 언급되었던 때가 얼마 되지 않았다. 너무 많이 사용된 탓에 ESG가 마치 하나의 의미를 뜻하는 것처럼 인식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설명하려면 논문 한편으로도 부족할 만큼 ESG에 포함된 의미는 다양하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ESG는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긍정적 영향력을 뜻한다. 기업의 원래 존재 목적인 수익 창출, 고용 등을 넘어, 환경보호, 다양성, 포용성과 같은 비경제적 요소 또한 기업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요소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서방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었고 점차 전 세계 기업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E(Environment)는 환경, S(Social)는 사회, G(Governance)는 지배구조를 뜻하는데 각 주제가 담고 있는 가치와 지향점은 무궁무진하다. 핵심은 결국 지속가능성. 단기적 수익성 기준의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기업을 둘러싼 더 큰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과 구성원의 장기적인 성장에 관심 갖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와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좋은 의도와 가치를 담고 있는 ESG이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일부 기업의 방식은 ESG의 반대어인 "돈벌이"에 집중한 듯 보인다. 기업 전체의 경영철학을 뿌리부터 다시 세우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내부 역량을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유행에 걸맞은 친환경 제품을 출시하고 발 빠르게 홍보하는 양상을 보고 있으면 과연 저 제품의 내부 기획 단계에서 ESG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토론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위장 환경주의를 '그린워싱'이라 부르는데, 대표적으로 2015년에 폭스바겐이 대기오염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디젤 베기가스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사실이 들통난 바 있다.


ESG 경영이 기업 마케팅 요소로 전락하게 된 원인 중 하나는 기업 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비교의식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기업의 ESG 경영목표를 언론을 통해 전해 듣고 그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무리한 목표를 세우거나 텅 빈 약속을 한다. 따라가는 기업이 아니라 앞서가는 기업으로 인식되기 위해 언론 기사에는 "한국 최초" "유일"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모든 기업에 획일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문제다. ESG 기준 정립을 통한 표준화는 필요하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할 유연성도 중요하며,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작은 시도를 통해 부정적 환경/사회 영향을 조금이라도 감소시켰다면 마땅히 박수받아야 한다. 남이 하는 것을 고대로 따라 하다가 오히려 환경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친환경 상품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제품을 구입하면 에코백, 에코보틀 등을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졌지만 이런 증정품들은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 또 다른 쓰레기가 된다. 영국 환경청에 따르면 천으로 만든 에코백 사용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창출하고 싶다면, 한 두 번 사용해서는 안되며 적어도 131번 사용해야 비닐봉지보다 환경적인 면에서 낫다고 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좋고 나쁨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ESG를 가장한 홍보의 파도 속에서 중심을 잡기 힘들 때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공인된 친환경 마크가 붙여있다는 사실이 그 상품을 만든 기업의 "친환경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당 상품의 환경영향이 기존에 출시된 상품에 비해 감소했는지, 해당 기업이 어떤 단기적, 중장기적 ESG 목표를 세우고 전진하고 있는지이다. 더 나은 곳으로 꾸준히 전진하는 모습을 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지속가능성은 목표가 아닌 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마치 한국의 교육시장처럼 지나치게 성과에 매달리다 보면 중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놓치게 된다. 그 덫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보다 다양한 척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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