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사 편 - 쇼핑도 그냥 하면 킬링타임, 생각하면서 보면 공부가 된다
세 번째 아침이 밝았다.
한국에서 사 온 새 양말을 꺼내 신었다.
그 전날 빌리지 뱅가드에서 구매했던 일회용 카메라도 꺼냈다.
890엔.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1-2,000원 정도 저렴한 것 같다.
왼쪽 하단에 한자로 감도(ios) 400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니 실내에서도 무난히 찍힐듯하다.
배가 고파서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맥도날드로 달려갔다.
블랙커피와 맥스파이시 치킨? 같은 텐더와 삼각 초코파이를 주문했다.
삼각 초코파이는 화이트와 블랙 두 가지 맛이 있었는데 일단 가장 기본인 블랙으로 주문해서 먹었다.
패키지가 오레오 혹은 젖소? 무늬를 떠오르게 하는 초코 패턴으로 가득 차 다분히 일본스러운 디자인을 보여주며 귀여웠다. 맛은 아메리카노와 아주아주 잘 어울리는 초콜릿 파이 디저트였다. 가격 대비 퀄리티가 높아 만족도가 높았던 편. 화이트가 먹고 싶었지만 '내일'을 기약하며 다음으로 미뤘다.
(하지만 역시 먹지 못했다. 여행에서 '다음' 은 사실상 기약이 없다)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보세 옷가게.
안까지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아기자기한 디피나 옷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빈티지하면서도 귀여웠다.
가죽 벨트 같이 생긴 액세서리로 목도리를 고정하듯 스타일링 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오른쪽 사진은 가게의 전면을 담고 싶어서 찍었다. 그때는 인식하지 못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보니 옷걸이를 걸어놓은 것도 가죽 벨트? 끈? 같은 것에 구멍을 뚫어 옷걸이를 고정해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옷가게를 지나 아사쿠사 역 쪽으로 가던 길에 있던 안경점
이 가게도 안경을 디스플레이한 방식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도 점점 VMD를 하는 방식이나 패키지, 인테리어 등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유럽, 홍콩, 일본의 특징적인 가게들에 비해 아직은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레드 컬러의 OPTICIAN(뜻 : 안경사, 안경점)이라는 타이포가 매력적인 간판.
안경을 걸어놓은 코 모양의 스탠드, 그중에서도 대각선으로 빨간 코 스탠드를 맞춰서 진열한 것.
마치 하나의 액자에서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쇼윈도의 짙은 브라운 나무 프레임.
그리고 그 프레임 밖으로 눈에 띄는 빨간색 나무 판자벽. 모든 게 너무 완벽히 조화를 이룬다.
조금 더 자세히 안을 들여다보면 시중에서 찾기 힘들고 유쾌한 디자인의 안경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https://goo.gl/maps/jV8dcnfPfAS2
그 골목을 따라 쭉 끝까지 나오면 코너에 よろし(요로시)라는 이름의 화장품 판매점이 나온다.
바디용품부터, 스킨 제품까지 다양하다. 이 곳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벽면 한 구석을 꽉 채워 진열된 핸드크림이었다.
https://goo.gl/maps/MAGeTXpkxRn
1월부터 12월, 1일부터 31일까지 표처럼 정리된 진열장에는 생일별로 뚜껑이 다르게 디자인된 틴케이스가 꽉꽉 채워져 있었다.
틴 케이스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핸드로션의 종류 자체는 3가지뿐이라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자신이 축하하거나 기념하고 싶은 날을 위해 마치 커스텀 제품을 만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이 흥미로웠다. 요즘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하며 이 시대가 원하는 흐름. 즉, 트렌드에 대해 자주 생각해보곤 한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결국 대자본과 기술력 등으로 엄청난 대량생산+가격 인하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전략은 두 가지 정도인 듯하다. 첫 번째로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한정판, 유니크함 등으로 승부를 보는 방법. 혹은 커스텀, DIY 가능한 반제품 등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것에 대한 가치를 판매하는 방법이 그나마 시도해보기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 있어서 '요로시'는 (물론 일본 내에서는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글로벌 브랜드는 아닌 점을 미뤄보아 나름대로 좋은 아이디어로 관광객들이 호기심을 갖고 쉽게 주머니를 열만 한 아이템을 발굴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결정적으로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다.)
한 가지 더 귀엽다고 생각했던 점은 디피 옆에 있는 카메라 표시와 함께 촬영과 업로드를 환영한다는 내용과 아래쪽에 웨이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배치한 것이 어찌 보면 별것 아닐 수 있지만 관광을 하며 '촬영거부'에 맘 졸이는 관광객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싶어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쇼핑도 그냥 하면 킬링타임, 생각하면서 보면 공부가 된다.
정말 가게 통째로 쓸어오고 싶었던 やま吉(야마키치)
사실 나라는 사람은 참 물욕이 많은 것 같다. 예쁜 물건을 보면 그게 무엇이든 다 갖고 싶다.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하며.
내가 한국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면 그릇 쇼핑을 엄청나게 해댔을 것 같다.
https://goo.gl/maps/AHphsuV9hb82
우리나라도 디자인 강국이 되어가고 있다. 정말 예쁜 디자인 제품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생산되고 있다.
놀라울 정도로. 하지만 그릇 같은 장인정신이 있어야 하는 분야 거나 오랜 전통이 빛을 발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빠른 시간 안에 성장궤도를 그린 우리나라보다 가깝게는 일본, 멀게는 유럽과 같은 나라들을 따라가기가 아직 힘든 것이 사실인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고양이를 주제로 한 굿즈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키티라는 독보적인 고양이 캐릭터를 만든 일본을 뛰어넘는 고양이 캐릭터가 나타나 주기를. (카카오의 네오는 뭔가 좀 약해..)
저 파도 문양이 너무 아름답다. 이런 일본 그릇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컬러감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한 톤 다운된 동양화인데, 한국화에서 느낄 수 있는 맑고 투명한 느낌이랑은 좀 다르게 진하고 깔끔하면서 정돈된 느낌의 그림들이 특징이다.
귀여운 작은 그릇들. 사실 그릇을 정말 몇 개는 살까 말까 엄청 망설였다가, 좀 더 도심인 시부야나 긴자 등에 가면 더 예쁘고 저렴한 것들이 있을지 몰라! 하면서 또 구매를 미뤘는데 결국 이 그릇가게가 가장 저렴하고 종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한 번 되새기는 교훈, 해외에서 쇼핑은 미루지 말자ㅠ_ㅠ)
일본에서 또 재밌었던 점 하나는 유리컵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빈티지스러운 컬러감과 패턴이 돋보이는 디자인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또 컵의 두께가 아주 얇아서 가벼우면서도 투명함이 더 잘 느껴지는 컵들이 종종 보였는데 유리컵에 대한 리뷰는 다음 긴자 편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해외에서의 쇼핑은 꼭 비싼 돈을 써가며 하지 않아도
눈으로 보고, 비교하며 기록하고 인상 깊었던 점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특히 앞으로 기획, 마케팅, 디자인 관련 일을 하려고 하는 학생이나 취준생들 혹은 더 나아가 관련 직무로 좀 더 전문성을 기르고 싶은 주니어들은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조금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깊게 들여다 보고, 그 나라에서 잘 팔리는 제품은 무엇인지 가격대는 어떠한지, 제품의 진열과 패키지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기 바란다. 뿐만 아니라 가게의 점원, 유니폼, 음악, 향기, 메뉴판, 계산대, 광고/안내판, 간판 등도 한번 더 시선을 주고 배울 점이 있거나 착안하여 아이디어를 얻을 것이 있다면 꼭 사진을 찍거나 메모하여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실무에 적용할 때 이야기할 스토리가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