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무게

by 김혜원

고맙다고 말하지 마라.

고맙다 느끼게 해라.

미안하다고 말하지 마라.

미안하다 느끼게 해라.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라.

좋아한다 느끼게 해라.



무거운 이야기를 혼자 품지 못하는

나는 갈 길이 멀다.

무거운 이야기는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마음이 답답하면 말하게 된다.

그렇게 내 마음의 무게는

소중한 이의 마음에 전가된다.

나는 가벼워지고 너는 무거워진다.


말하기 전에 멈춰서야 한다.

한숨을 쉬어도 안되면 걸어야 하고

걸어도 안 되면 땀흘려야 하고

땀흘려도 안 되면 일에 몰두해야 하고

일에 몰두해도 안되면 글 써야 하고

글 써도 안 되면 비로소 말해야 한다.

들어주는 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스승이 가끔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네가 나에게 무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쿠폰은 1년에 3장뿐이다. 그러니 아껴써라."

나는 아직 혼자 모든 무거운 이야기들을 품을 힘이 없다. 그러니 스스로 마음에 새겨야 한다.

내가 남에게 무거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1년에 3번 뿐이다.


말하기 전에 멈춰서서 물어야 한다.

나의 무게를 너에게 전가하기 전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는가.


내가 무거워도 남의 무거운 이야기 한번 더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울고 싶어도 내 앞에 울고 있는 사람 한번 더 웃겨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는 아름다워지고 싶다.

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알면서도 믿어준다는 것>, 정주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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