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있는 AI와 예측 불가능한 사람 사이
2025년 5월, 어린이날과 부처님오신날이 겹친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
오늘은 행동경제학 키워드를 잠시 접어두고, 최근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AI 기술의 진화와 그 의미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특히 AGI(범용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기업과 조직, 그리고 인간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접근해본다. 기술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조직과 사회는 여전히 천천히 움직인다. 그 간극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 예측할 수 있는 AI와, 예측 불가능한 인간 사이
"향후 5~1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허사비스, 2025년 3월)
런던 구글 딥마인드 본사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조심스럽지만 단정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딥마인드. 바둑의 절대 고수 이세돌에게 첫 패배를 안긴 AI ‘알파고’를 만든 바로 그 조직이다. 허사비스는 AI가 바둑과 체스 같은 ‘경계가 정해진 게임’에서는 이미 인간을 압도했다며, 이제는 그것을 현실 세계로 가져오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그 말은 게임은 예측할 수 있지만, 사람은 아직 예측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둑, 체스, 스타크래프트. 이 모든 게임은 ‘룰’이라는 구조 안에서 돌아간다. 변수는 많지만 닫혀 있다.
AI는 그 안에서 수천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가장 최적화된 수를 찾아낸다. 학습이 충분하다면 사람보다 더 좋은 수를 낼 수 있다. 바둑의 경우, 361 팩토리얼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도 AI 앞에선 데이터일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오늘 아침 기분에 따라 점심 메뉴를 바꾸고, 회의 분위기 하나로 계획을 수정한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사람의 감정과 맥락, 사회적 관계는 그 어떤 수학 모델로도 완전히 환원되지 않는다. 그래서 허사비스는 말한다.
“AI가 현실 세계에서 유연하게 작동하려면,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맥락에 반응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AGI, 즉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지능을 지닌 인공지능을 뜻한다. 특정 과업에 특화된 기존의 협의 AI(예: 이미지 분류, 번역, 바둑 등)와 달리, AGI는 문제의 성격에 상관없이 학습하고 추론하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을 갖춘 시스템이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AGI를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복잡한 인지 능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이것은 단순히 정해진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수준이 아니라,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며, 상황에 따라 전략을 바꾸고 새로운 문제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글을 쓰고, 코드를 짜고, 협상을 하고, 창작 활동까지 가능해야 AGI라 불릴 수 있다. 그렇다면 그다음은 무엇일까?
허사비스는 AGI 다음 단계의 인공지능을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초지능)**이라 부른다. ASI는 인간의 모든 지적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AI로, 논리적 사고, 문제 해결, 창의성, 감정 이해, 자가 학습 능력 등 모든 지능적 영역에서 인간 최고 수준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말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가?”
우리가 만들어낸 AI는 인간이 만든 세계 안에서, 인간을 흉내 내며 자란다. 그렇다면 AI를 인간답게 만드는 일은, 어쩌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일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일론 머스크는 AGI가 2026년에 가능하다고 했고, 오픈 AI의 샘 올트먼은 “곧” 가능하다고 했다.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2~3년 안에 대부분의 업무에서 사람을 넘는 AI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술의 시계와 인간의 시계는 다르다. 기술은 단숨에 학습하지만, 사회는 느리게 수용하고, 조직은 천천히 변화하며, 감정은 마지막에 따라온다. 그래서 AGI가 오기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AGI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의 태도일지도 모른다. 기술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을 해결해 낸다. 반면 인간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진짜 혁신은, 기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할지를 '이해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진짜 혁신은, 기술이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할지를 **‘이해하는 것’**에 있지 않을까.
이제 조직도 마찬가지다. 정보를 ‘올려놓는 일’보다 중요한 건, 지식이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매번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답변하느라 흐름이 끊기는 현실 속에서 AX 시대의 진짜 과제는 '예측 가능한 AI'보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을 더 잘 돕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AI가 우리의 팀원으로, 똑똑한 비서로, 반복적 질문에도 친절하게 더 자세하게 알려주는 동료가 곁에 있다면 어떨까? 사내 인포뱅크에 축적된 모든 문서와 매뉴얼이 팀별 에이전트에 의해 학습되고, 이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질문에 답하고, 맥락을 기억하고, 내가 놓친 부분을 먼저 알려준다면?
그건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인간 중심의 협업 방식 자체가 바뀌는 순간일 것이다.
AX 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AI가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더 인간답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 “기술 중심의 미래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고민하자. 기술을 모르는 게 차라리 더 현실적이고 활용가능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