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동이 다른 일상 속 편향 사례들
스마트폰을 하루 몇 시간 사용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시간쯤?"이라 답한다. 그러나 스마트폰 설정 스크린 타임에 들어가 사용 시간을 확인해 보면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 앱을 합쳐 하루 5시간이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스로를 절제력 있고 시간 관리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이것이 바로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Desirability Bias)’이다.
2022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84.2%의 부모가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한다"라고 응답했지만, 실제 10~13세 아동의 스마트폰 사용률은 91.6%에 달했다. 교보문고 리서치센터(2024)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6%가 “일주일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다”라고 했지만, 실제 구매 및 대출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그 비율은 15% 미만이었다. 오픈서베이 배달앱 트렌드 보고서(2023)에 따르면, 건강식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사용자 중 61%가 저녁 8시 이후 야식을 2회 이상 주문했다.
왜 말과 행동은 다를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멋지고 착하게 보이기를 원한다. 그래서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진솔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방향으로 답변하거나 행동을 한다. 이른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Desirability Bias)'이다. 평판과 위신, 체면을 관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실제 속마음과는 다르게 왜곡이나 거짓말을 하거나, 소위 '있어 보이게' 사회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이미지 관리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힐러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됐다. 또한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이 트럼프보다 크게 앞선다고 보도했으나 최종 결과는 근소한 표 차이로 이겼다. 이에 대해 미국 정가에서는 과격하고 돌출 언행을 일삼는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하면, 자신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것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으로 속으로는 트럼프를 지지해도 겉으로는 상대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을 거란 분석이다. 이로 인해 겉으로는 트럼프를 싫어한다고 하지만 내심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샤이 트럼프'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흑인 후보였던 토머스 브래들리가 공화당의 백인 후보인 조지 듀크미지언에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섰지만, 예상과 달리 브래들리가 패배했다. 인종 편견을 숨기려고 능력 있는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백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브래들리 효과'라고 한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의 결과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로 데이터 과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세스 다비도위츠는 그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원제: Everybody Lies)'에서 구글 트렌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은 인종차별, 정신질환, 성생활, 아동학대, 낙태, 광고, 종교, 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 부분을 거짓말로 왜곡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모든 사람들이 사실과 다르게 대답하고 왜곡을 습관처럼 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익명이 보장되는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편향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분야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로저 투랑조 미시간대 교수는 그의 저서 '설문조사 응답의 심리학
(원제: The Psychology of Survey Response)'에서 "사람들은 습관처럼 거짓말을 한다. 그 버릇은 설문조사에서도 나온다. 설문조사는 진실을 말하게 만드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투랑조 교수는 '선의의 거짓말'을 자주 하면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 습관화된다고 했다.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은 설문조사나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여론조사 회사에서는 이러한 편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법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가 틀린 경우가 많다. 사람은 진짜 속마음을 여러 가지 이유로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철저히 함구하며 절대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모든 고객 설문조사가 무의미하거나 신뢰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시각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분명 설문에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나 응답 왜곡이 개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설계의 문제이지 설문이라는 방식 자체의 한계는 아니다.
인지과학과 행동경제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편향을 줄이기 위한 질문 설계 기법을 제안해 왔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태도 질문 대신 행동 회상 질문(Behavior Recall Question)**을 활용하면 응답자는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떠올리게 되고, 과장이나 착한 사람 코스프레를 줄일 수 있다(Tourangeau & Yan, 2007).
또한, “이 설문은 개인화된 분석 결과 제공에 사용됩니다”와 같이 피드백의 유용성을 명시하면, 참여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직한 응답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Wenz et al., 2022).
단순히 고객에게 설문 링크만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익명성과 참여 동기, 실제 행동 기반 응답을 유도하는 설계 전략이 병행된다면 설문조사는 여전히 유효한 도구다.
물론 고객 여정을 기반으로 한 행동데이터 분석은 더 객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수집할 수 없고, 고객의 내면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선 여전히 '묻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확한 관찰과 정교한 질문 사이, 그 균형을 찾는 일이야말로 마케터가 갖춰야 할 다음 시대의 감각일지 모른다.
“이 설문 결과는 당신의 식습관/건강/소비습관에 맞는 맞춤 콘텐츠로 제공됩니다”라는 안내는
→ “내가 거짓말하면 내가 손해”라는 인식으로 이어집니다.
관련 개념: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ing Effect)
자신과 관련된 정보는 더 오래 기억되고, 더 진지하게 다루며, 더 신중하게 응답하게 됨
개인화된 결과가 돌아올 것이라는 조건에서는
→ 포장보다는 진짜 나에 맞는 결과를 받고 싶다는 심리가 작동합니다.
“이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당신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제안합니다”
→ “그럼 내가 스트레스 진짜 어떻게 느끼는지 제대로 적어야지”
*Wenz et al. (2022)*의 연구에 따르면, 한 건강관리 앱에서 “정직한 답변을 바탕으로 맞춤형 식단 피드백 제공”이라는 문구를 넣었더니, 설문 응답률이 18% 증가하고, 자기 보고형 응답의 왜곡 비율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Social Science Computer Review, Vol. 40(1))
겉보기 반응만 믿지 말 것.
설문조사나 인터뷰 응답은 ‘이미지 필터’가 적용된 결과다. 제품 선호도 조사나 NPS조사 등에서도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을 감안한 설계가 필요하다.
예: 익명성 보장, 간접 질문(“다른 사람들은 보통…”), 행동 데이터와 교차 분석.
진짜 행동은 기록에 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진실을 말한다. 클릭률, 구매 이력, 이탈 로그, 메뉴 선택 데이터를 통해 실제 욕구와 편향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착한 사람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것.
모든 순간에 바람직하게 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자기기만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잘 모르겠다",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하다.
나의 말과 행동을 비교해 보기. 나는 정말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혹은 그저 ‘지적으로 보이고 싶은’ 사람인가? 진정성과 이미지 사이에서 스스로를 점검해 보자.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다. 하지만 그 편향을 이해하고 스스로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진실한 소통과 판단에 다가갈 수 있다.
마케터는 고객이 말하는 바와 실제로 선택하는 행동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고, 소비자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에 진심으로 답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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