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율 무시와 착각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by 메자닌

숫자에 속지 않으려면, 숫자에 질문하라

늦은 밤, 도심 한복판에서 뺑소니 사건이 발생했다.
한 시민이 택시에 치였고, 운전자는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다행히 한 목격자가 있었다. 그는 “분명히 파란색 택시였다”라고 증언했다. 경찰은 그 진술을 근거로 파란색 택시 회사를 수사 대상에 올렸다.

그런데 이 도시에 등록된 택시의 85%는 초록색, 나머지 15%만 파란색이다. 게다가 목격자는 어두운 밤거리에서 30m 떨어진 곳에서 택시를 본 것뿐이었다. 이 목격자의 시력과 조명 조건을 고려했을 때, 색상을 제대로 구별할 확률은 80% 정도로 추정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그 택시는 정말 파란색이었을까?”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행동경제학의 대가 다니엘 카너먼 교수의 실험 중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1970년대 그와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가 공동 연구한 내용이다.

많은 사람들은 목격자의 정확도를 근거로 “80%쯤 될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실제 확률은 단 **41%**에 불과하다. 이 상황은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라는 대표적인 인지 편향을 보여준다.

기저율, 즉 '사건이 일반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무시된 채, 사람들은 보다 생생한 정보—이 경우에는 '파란색이었다'는 목격자의 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판단한다.


일상 속 기저율 무시 사례들

그리고 우리는 이 오류를 심리학 실험뿐만 아니라, 매일 일상 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 달러(약 4098만 원)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3만 달러 수준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세상은 평균 분포가 아닌 '멱함수'분포로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10~20%가 80~90%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말이다. 이처럼 평균값을 대다수, 즉 보편이란 개념으로 착각하기 쉽다.


A의사의 환자 완치율이 30%이고 B의사는 60%라면 B의사가 더 실력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A의사는 어려운 중증 환자 수술을 많이 했고, B의사는 가벼운 수술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바로 '심프슨의 법칙'이다. 중요 변수가 무시되거나 가중치를 두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의미한다. 전형적인 '데이터의 함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대한 상황이 아닐수록 더 착각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구매 시 “정말 좋아요”라는 후기 3개를 보고 1,000명 중 3명이 만족한 건지도 모른 채 과감히 결제를 누른다. 건강기능식품도 "이 제품 먹고 3kg 빠졌어요" 같은 사례가, 실제로는 수천 명 중 극히 일부라는 사실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뉴스가 만든 왜곡된 위험도 이에 해당된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사건은 실제 발생 확률과 상관없이 '더 자주 일어나는 것처럼' 인식된다.


숫자에 속지 않으려면, 숫자에 질문하라

이 숫자는 어디서 나왔는가?

누구에게서 나온가?

전체 중 얼마나 되는가?

이건 대표적인가, 특이한가?


질문을 멈추는 순간, 우리는 숫자에 속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우리가 해석을 잘못하면 언제든 거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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