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의 덫에 빠지지 않기

자기합리화는 왜 일어날까?

by 메자닌

이솝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배가 고픈 여우가 나뭇가지에 달린 탐스러운 포도를 발견한다.

여우는 여러 번 점프해 포도를 따려고 애쓰지만 끝내 닿지 않자 결국 돌아서며 이렇게 말한다.

“저 포도는 분명히 신포도일 거야.” 이 짧은 이야기 속에 우리의 일상과 너무 닮은 모습이 숨어 있다.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목표 앞에서, 실패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사실 별로 갖고 싶지 않았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바로 **자기합리화(self-justification)**다.


“진짜 배가 고파서 먹는 게 아닙니다. 욕망이 먹게 하는 겁니다.”

최근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한 의과학자의 말이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우리는 종종 피곤하거나 집중이 잘 안 될 때, “당 떨어졌으니 초코바 하나쯤은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무언가를 입에 넣는다. 밤이 깊어 잠이 오지 않으면 냉장고 문을 열거나 배달앱을 켜고, 이내 ‘오늘 하루만 눈 딱 감고 맛있게 먹자’라 칼로리 폭탄 식사를 주문한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야.”

이 모든 것은 다이어트에 있어 가장 큰 적, 자기합리화의 전형이다.


자기합리화는 무슨말일까?

이런 자기합리화(self-justification)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게으름이 아니라,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꾸준히 연구된 영역이다.
이 개념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심리학자는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과 **캐럴 태브리스(Carol Tavris)**다. 이들은 『Mistakes Were Made (But Not by Me)』라는 책에서 인간이 잘못된 선택이나 실수를 해도 그것을 인정하기보다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심리적 불편감을 줄이고 자존감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 중 야식을 먹은 뒤 "오늘 하루도 고생했으니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말하거나, 비싼 옷을 산 뒤 "이건 투자의 개념이야."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기합리화는 왜 일어날까? – 인지부조화

그 이유는 바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에서 **‘사람은 자신의 신념, 태도, 행동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면 심리적으로 큰 불편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불편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여 심리적 일관성을 맞추려 한다. 이것이 곧 자기합리화다. 쉽게 정리하면 인지부조화 = 심리적 불편 상태, 자기합리화 = 그 불편을 없애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자기합리화, 언제 독이 되고 언제 약이 될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하며 산다. 그런데 이 자기합리화는 상황에 따라 ‘성장을 막는 독’이 되기도 하고, ‘심리적 회복을 돕는 약’이 되기도 한다.


자기합리화가 함정이 되는 경우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아”라고 계속 합리화해 목표를 이루지 못할 때

업무에서 고객 데이터나 결과를 무시하고 “시장 상황이 안 좋았던 탓이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

관계에서 “내가 먼저 사과할 필요는 없어”라며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문제를 방치할 때

즉, 목표 달성을 위해 일관성과 자기 통제가 중요한 시점에는 자기합리화가 방해물이 된다.


자기합리화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우

최선을 다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그래도 내가 노력한 과정은 의미가 있었어.”라고 자신을 위로해 좌절에서 벗어날 때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실패했을 때 “이번엔 외부 요인이 컸고, 다음엔 내가 보완할 수 있어.”라고 재정비할 때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인정하고, ‘완벽주의의 덫’에서 벗어나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마음을 회복할 때

즉, 지속 가능한 성장과 마음 건강을 위해서는 자기합리화가 필요할 때도 있다.


어떻게 구분하고 활용해야 할까?

목표 달성이 중요한 시기라면, 자기합리화를 경계하며 ‘내가 지금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지 않은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결과가 잘 안 되었지만 최선을 다한 후에는 ‘내가 노력한 것은 무의미하지 않았다.’라고 자기합리화를 허락하며 회복하기.


우리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성장의 기회를 잃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언제 멈추고 언제 받아들일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다이어트, 업무, 공부, 인간관계, 어떤 영역이든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할 때는 스스로를 점검하며 자기합리화의 덫에 빠지지 않아야 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자기합리화를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일어서는 것, 그것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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