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은 콜라와 햄버거를 먹고도 장수할까?

by 메자닌

의사이자 노화연구자인 정희원 교수의 신간 "저속노화 마인드셋"을 읽다 보면 이 질문이 떠오른다. 세계 최고의 투자그루 워런 버핏은 하루 두 잔의 체리콜라와 맥도널드 햄버거를 즐기지만,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건강하다. 그렇다면 건강은 타고난 유전이나 운이 따라야 하는 거 아닐까?

또는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강박은 과장된 것 아닐까?

워렌버핏_식단.jpg


정희원 교수는 국내에 ‘저속노화’라는 개념을 대중화한 의사이자 셀럽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건강총괄관을 맡아 “국민이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다. 나는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이 일상 속에서 건강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다 보면, 정희원 교수가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 똑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은 기꺼이 따라 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건강 관리는 외면하는 모습, 워런 버핏이 매일 콜라와 햄버거를 먹고도 90세가 넘도록 건강하다는 예외적 사례에 기대는 태도. “우리는 장수 집안이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부터 “암·당뇨 유전자가 있으니 오래 살 수 없을 거야”라는 자기 한계 설정까지, 편견과 착각, 오해가 건강을 가로막는 장면은 곳곳에서 반복된다.

저속노화마인드.jpg


워런버핏을 대표 사례로 들면서 건강관리를 강박행위라고 하는 사람들을 행동경제학적으로 보면, 전형적인 ‘기저율 무시(Base Rate Neglect)’의 오류다. 평균적으로 고당분·고지방 식단은 심혈관질환과 당뇨, 노화 가속을 불러온다. 그게 기본값이다. 하지만 사람은 통계보다 극단적이고 생생한 사례, 즉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에 훨씬 더 쉽게 끌린다. 버핏 같은 인물의 장수는 ‘살아있는 증거’처럼 느껴지고, 그 순간 객관적 확률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여기에 ‘후광효과(Halo Effect)’가 작동한다. 버핏은 세계 최고 투자자라는 성공 이미지 덕분에, 그의 다른 모든 선택에도 긍정적 후광이 드리워진다. 심지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식습관조차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고 합리화하게 만든다. 이 착시는 “성공 = 건강”이라는 잘못된 공식으로 이어지고, 우리는 이 공식을 자신에게 적용하며 불건강한 행동을 정당화한다. “성공한 사람도 저렇게 먹는데 나라고 못할 게 있나?”라는 자기 합리화는 저속노화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함정이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것은 즉시보상과 지연보상의 싸움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당장의 즐거움(즉시보상)을 미래의 건강(지연보상) 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한다.


건강 괸 리는 작고 지속 가능한 습관의 힘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들어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인지–행동 간 갭’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행동을 돕는 환경 설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갭을 줄이려면 의도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무의식적으로도 건강한 행동을 하게 해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행동 장벽(Behavioral Friction)’이다. 행동 장벽은 어떤 행동을 하려는 순간, 그 행동을 어렵게 만드는 물리적·심리적·환경적 요인을 뜻한다. 핵심은 건강한 행동의 마찰은 줄이고, 건강하지 않은 선택에는 마찰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디폴트 값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헬스장을 가려면 운동복을 챙기고 이동해 락커룸을 이용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적 번거로움이 쌓이면, 아무리 동기가 높아도 실행은 꺾인다. BJ Fogg의 ‘포그 행동모델(Fogg Behavior Model, 2019)’에 따르면 행동은 [동기(Motivation) × 능력(Ability) × 촉발(Trigger)]의 곱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때 능력은 ‘얼마나 쉽게 행동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마찰이 커지면 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행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에서도 디폴트 변경이나 절차 간소화로 마찰을 줄이면 행동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건강관리에서도 마찰은 결정적이다. 건강검진 예약 사이트가 복잡하면 검진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반대로, 사내 포털 첫 화면에 ‘검진 예약하기’ 버튼을 두거나, 앱 첫 화면에서 식단 기록을 바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면 참여율이 높아진다.

마찰 설계는 네 가지 방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첫째, 건강식을 기본 선택지로 두는 것이다. 구내식당에서 건강식을 먼저 배치하거나 회의 간식을 과일과 견과류로 제공하면, 별다른 고민 없이 건강한 선택을 하게 된다. 둘째, 즉시 피드백을 주는 구조다. 식단을 기록하면 곧바로 건강 점수나 칭찬 메시지가 표시되는 앱처럼, 긍정적 보상이 즉시 주어지면 습관이 오래간다. 셋째, 사회적 비교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사내 걷기 챌린지나 건강 리더보드를 운영하면 동료와의 비교가 자연스럽게 동기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착각을 깨는 정서적 넛지다. 예외적 사례에 기대기보다, 식단 조절과 같은 행동에 현실적인 데이터와 피드백을 제공해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저속노화는 유행이 아니라 삶의 철학입니다. 지속가능한 건강관리는 단순한 식단과 운동의 조합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환경 설계가 만드는 태도이자 방향입니다. 화려한 다이어트보다 조용한 습관이, 단기 성과보다 꾸준한 선택이 미래를 바꿉니다. 건강을 경험으로 설계하는 마케터든, 건강을 지키는 소비자든, 결국 오래 남는 것은 ‘지속 가능한 철학’ 위에 세운 삶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왜 에이전트 AI가 비즈니스의 뉴노멀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