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조언, 왜 자꾸 과열되고 일반화될까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의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하루에 물 2리터를 억지로 마시는 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그의 조언은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 뉴스 댓글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번졌다. 누군가는 “이제까지 물 2리터를 강박처럼 채워왔는데 속았던 거냐”며 당혹해했고, 또 다른 이는 “역시 전문가 말이 다르다”며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였다.
교수는 이후 해명에서 “핵심은 2리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의미였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필요 수분량은 나이, 활동량, 식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오히려 과도한 수분 섭취가 저나트륨혈증 같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이런 맥락보다는 “2리터는 잘못됐다”는 자극적인 문장만이 강하게 각인됐다.
이 사건은 단순히 ‘물 마시기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의 발언이 대중에게 어떤 파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전문가가 의도한 맥락은 종종 사라지고, 남는 것은 잘라낸 단편과 자극적인 메시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거나 잘못된 행동을 강화하게 된다.
전문가의 저주(Curse of Knowledge)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는 인지적 착각에서 비롯된다. 행동경제학과 인지심리학 연구자들은 실제 실험을 통해 이 현상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주었다.
먼저 엘리자베스 뉴턴(Elizabeth Newton, 당시 스탠퍼드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자)이 진행한 실험이 있다. 그녀는 1990년에 유명한 노래를 책상 위에 두드리며(탭퍼) 다른 사람이 그 곡을 맞히도록(리스너) 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두드린 사람들은 속으로는 선율이 명확히 흐르기에 “상대가 절반 정도는 맞힐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정답률은 2%에 불과했다. 전문가의 머릿속에서는 너무나 자명한 정보가,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또 다른 연구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공공정책학 명예교수)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1970년대에 함께 진행한 일련의 실험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확률적·통계적 사실보다 눈앞의 구체적 사례에 더 크게 끌린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른바 기저율 무시(base-rate neglect) 현상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직업을 추정할 때 “도서관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는 묘사만 보고 통계적으로 훨씬 많은 ‘농부’보다는 ‘사서’ 일 것이라고 판단하는 식이다. 연구 결과, 사람들은 실제 모집단 비율(기저율)을 무시하고 특정 서술적 단서에 크게 의존했다.
이 두 실험은 모두 전문가의 저주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전문가가 전달하는 정보는 자신에게는 명백하고 분명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낯설고 불완전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전문가의 조언이 사회적으로 소비될 때는 맥락, 기저율, 이해도 차이를 고려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일반화와 혼란이 불가피하다.
의사들은 환자와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조언을 단순화해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라는 지침을 “매일 2리터”라는 수치로 구체화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복잡한 조건과 예외를 늘어놓기보다는 행동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더 실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화학자는 원리와 물질대사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수분 섭취가 나트륨 균형을 깨뜨릴 수 있고, 과하면 저나트륨혈증이나 심하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극단적 위험 사례를 강조한다. 이 또한 학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타당하다. 실제로 특정 상황에서는 그런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발언은 ‘대상’과 ‘맥락’이 달랐던 것이다. 의사에게는 환자 관리라는 맥락이 있었고, 화학자에게는 생리적 원리를 설명하는 맥락이 있었다. 그러나 대중은 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채 두 발언을 같은 선상의 조언으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혼란이 커졌다.
여기에는 또 다른 함정이 숨어 있다. 바로 지식의 저주다. 하버드대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가 언어학 연구에서 이 용어를 널리 알리면서 대중적 개념으로 전문가가 자신이 아는 것을 대중도 알 것이라고 가정하는 인지적 착각이다. 의사에게는 ‘2리터 권장’이 어디까지나 평균적 환자 지침이라는 사실이 자명하기 때문에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화학자에게도 ‘과도할 때 위험하다’는 단서가 특정 조건에 국한된다는 점이 너무나 당연해 설명을 생략한다. 그러나 대중은 그 맥락이 빠진 채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되고, 서로 다른 언어로 던진 조언은 충돌하고 만다.
행동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이 현상은 세 가지 편향이 맞물린 결과다.
첫째, 우리는 전문가의 직함에서 오는 권위 편향에 쉽게 휘둘린다.
둘째, 복잡한 설명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2리터는 필요하다” 혹은 “2리터는 위험하다”만 남는다.
셋째, 돌연사 같은 극적인 사례는 가용성 편향으로 인해 훨씬 강하게 각인된다.
그래서 나는 이 문제를 옳고 그름의 대결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전문가 발언이 타깃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전형적인 의사소통 실패라고 본다. 환자에게는 간단한 행동 규칙이 필요하고, 건강한 일반인에게는 평균적 가이드와 예외 조건을 구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자 자신의 전문적 언어로만 말했기 때문에, 그 간극이 대중에게는 모순처럼 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문가 발언을 접할 때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말은 누구에게 해당하는가?”라는 것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화학자는 일반인에게, 미디어는 이를 해석해 연결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식의 저주는 반복되고, 우리는 또다시 극단적 메시지 사이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1. 전문가의 저주: 전달의 문제
전문가의 저주는 “내가 아는 것을 상대도 알 것”이라 착각해 생기는 의사소통의 실패다. 의사와 화학자의 ‘물 2리터’ 발언처럼, 대상과 맥락을 구분하지 않은 설명은 대중에게 충돌하는 메시지로 전달된다. 마케터에게도 똑같다. 내부적으로는 너무 당연한 USP(차별화 포인트)가, 소비자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마케터는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 지식의 저주: 수용의 문제
지식의 저주는 “상대도 기본 맥락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착각이다. 의사는 ‘2리터 권장’이 환자용 지침이라는 사실을 굳이 강조하지 않고, 화학자는 ‘과도하면 위험’이 특정 상황에 국한된다는 점을 생략한다. 그러나 대중은 그 전제를 모른 채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혼란에 빠진다. 일반인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이 말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것인가, 내 상황에 맞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다.
3. 우리가 가져가야 할 태도
마케터라면, 지식과 내부 논리를 소비자도 안다고 착각하지 말 것. 메시지를 단순화하되, 대상과 맥락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일반인이라면, 전문가의 말을 그대로 일반화하지 말 것. 내 상황과 맞는지, 누구에게 해당되는 말인지 먼저 따져야 한다.
몸이 아프면 주저하지 말고 병원에 가서 전문가에게 진단을 받아야 한다. 건강은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절대로 일반화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효과적인 방법이 나에게도 똑같이 통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내 몸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생활습관과 관리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건강은 유행처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태에 맞는 맞춤 관리로 완성된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원칙이 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것. 전문가의 조언은 참고하되, 결국 내 몸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의학적 진단과 검진이다. 나의 몸을 관찰하고, 데이터로 점검하며, 필요할 때 전문가를 찾는 것, 그것이 건강 관리의 출발점이자 끝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Camerer, C., Loewenstein, G., & Weber, M. (1989). The Curse of Knowledge in Economic Settings: An Experimental Analysi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97(5), 1232–1254.
→ 경제적 의사결정 상황에서 지식 보유자가 상대방의 이해도를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증명.
Newton, E. (1990). The Tappers and Listeners Experiment. Stanford University, Ph.D. Dissertation (Unpublished).
→ ‘탭퍼-리스너 실험’으로, 아는 사람이 전달하는 정보가 듣는 사람에게 거의 이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줌.
Pinker, S. (1994). The Language Instinct. New York: William Morrow and Company.
→ 언어학·인지심리학에서 ‘지식의 저주(curse of knowledge)’ 개념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며 대중화.
Heath, C. & Heath, D. (2007). Made to Stick: Why Some Ideas Survive and Others Die. New York: Random House.
→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지식의 저주가 메시지 전달을 방해하는 과정을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