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품 가격은 계속 오를까?

명품 브랜드, 아파트 가격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by 메자닌

주말에 오랜만에 명품 매장에 들렀다. 찜해둔 가방을 들어보는 순간,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번 분기에도 가격인상 예정에 있습니다." 매번 판매사원들이 하는 이야기라서 왜 그러는지 되묻지도 않았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확실하게 남은 메시지는 하나였다. 명품 브랜드 가방 값은 오늘이 제일 싸고 있을 때 사놓아야 한다?라는 소비자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단순한 공지가 아니다.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전략이다. 행동경제학적으로 보면 여러 심리가 동시에 작동한다. 사람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에 더 민감한데, 이것이 바로 항상 강조하는 사람에게 있는 신비한 오류인 '손실회피'이다. 판매사원이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은 바로 "지금 사지 않으면 너 손해 본다~"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불안은 구매를 앞당긴다. 가격이 오를수록 제품은 더 귀해 보이고 매장 앞에 줄 서는 사람들은 희소성 때문에 설득된다. "다음 달부터 10% 또 오른다"는 말에 새로운 기준점을 만들어 지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고 오르는 가격도 자연스럽게 정당화된다.


비슷한 경험은 화장품 매장에서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가 메이크업 쇼에 초대해 가을 메이크업을 무료로 시연해 주고, 특정 세트를 정가 대비 40% 할인에 1+1 정품 증정 이벤트까지 더해 즉시 결제를 종용한다. 공짜 체험은 받은 호의를 갚고 싶어지는 상호성 규범을 자극하고, 한정 수량과 당일 한정 조건은 희소성을 강화하며 미래에 사게 되면 손해 본다는 손실 회피 성향을 자극한다. 할인과 증정은 프레이밍과 앵커링을 동시에 작동시켜 소비자가 정가합계를 기준으로 필요 없는 품목까지 담게 만든다.


이런 전략은 단순한 상술일까? 아니면 실적 때문일까? 사실 둘 다다. 최근 국내 탑 3 백화점의 성장률이 작년대비 평균 0.3%를 기록했다. 2025년 산업자원부 보고에 따르면 유통업체 전체 매출 평균은 전년 대비 9% 증가하였고 오프라인은 2% 수준에 그쳤다. 이런 배경은 백화점과 브랜드가 공격적인 판촉과 체험형 마케팅을 밀어붙이는 생존전략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강매처럼 느껴지는 순간, 장기적인 고객 충성도는 오히려 떨어진다.


또한 최근 소비자들이 자주 제기하는 불만은 "왜 한국만 유독 비싸냐?"는 점이다. 글로벌 브랜드라면 가격이 표준화되어야 하고 정책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는데 현실은 다르다.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두드러진다. 엔저로 일본 내 명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면세와 외국인 할인까지 더해져 실제 체감 가격은 한국보다 수십만 원 저렴하다. 루이뷔통 '네오노에 BB' 모델은 일본에서 면세 혜택을 받으면 한국보다 30-40만 원 더 싸다는 후기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이 명품쇼핑 목적지로 주목받고 있고, 한국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명품 가격의 기준은 단순히 원가나 환율이 아니다.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전략이 최우선이며, 각국의 환율과 세금, 관세, 유통비용, 소비자 심리까지 복합적으로 반영된다. 한국은 백화점 유통 의존도가 높아 입점 수수료가 가격에 포함되고, 수입 관세와 개별소비세도 붙는다. 게다가 모건스탠리에서 조사한 결과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액이 세계 1위일 만큼 수요가 강하다. 한국 GDP 2배인 미국보다 더 명품 소비를 많이 한다는 특징이 있다. 명품의 가격은 오를 때는 빠르지만, 내리지는 않는다. 경제학적으로는 '가격 경직성'이라 부른다. 브랜드는 가격을 내리는 순간 가치가 줄었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에 전략적으로 꺼린다. 대신 가격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상해 브랜드 가치는 꾸준히 오른다는 이미지를 유지한다. 명품 가격은 원가가 아니라, 소비자의 심리를 기반으로 책정되는 심리적 가격이기 때문이다.


밴드왜건효과라고 있다. 서부 개척 시대 미국에서 금을 찾아 떠나는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bandwagon)에서 유래한 효과로 악대차가 지나가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행렬을 무작정 따라가는 사람들로부터 밴드왜건 효과가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특정 상품을 많이 소비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따라 구매하는 편승 효과나 모방 소비 현상을 의미한다. 명품 소비성향은 주로 이 효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길 바란다. 다른 브랜드로 대체할 수 없는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에 끌려 충동적으로 사는 순간, 브랜드 전략이 휘둘린 셈이 된다.


브랜드에게도 조언을 남기고 싶다. 체험을 줬다면 결제를 강요하기보다 선택의 여백을 남겨야 한다. 오늘 팔아서 잃는 충성보다 내일 돌아오게 만드는 신뢰가 더 값지다. 숫자가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지 모르는 명품 브랜드의 마케터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가격 인상과 한정판 전략은 자극적이고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는 가격이 아니라 경험과 관계로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VIP 고객에게만 주어지는 사전 공개, 개인 맞춤형 추천, 장인정신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스토리텔링은 단순 할인보다 훨씬 강력하다. 소비자가 “이 브랜드는 나를 특별하게 대한다”라고 느낄 때, 충성도는 가격 경쟁보다 훨씬 단단해진다. 결국 판매의 미래는 가격표가 아니라 관계 자산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사적으로 보면, 자산 가격이 본질 가치와 지나치게 괴리될 때 거품(bubble)이라고 부른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1630년대): 꽃 한 송이 가격이 집 한 채 값까지 치솟았다가 붕괴.

일본 부동산·주식 버블(1980년대): 도쿄 땅값으로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거품 붕괴 후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됨.


한국도 “명품 소비 및 가격 = 세계 최상위”, “아파트 가격 = 소득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런 역사적 사례와 닮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곧 나라 망하는 징조라기보다는, 경제·사회 구조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빚을 지고서라도 집과 명품을 사려하고, 사히 전체는 불평등과 소비왜곡이 심화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소비 현상이 아니라 거품의 전조일 수 있고, 경제 시스템이 더 건강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 (2025년 1분기)

한국경제, 「백화점 매출 역성장… 온라인은 두 자릿수 성장」 (2025.07 보도)

한국유통산업연구원, 「2025 상반기 백화점 매출 분석」

한국경제, 「엔저에 일본 명품 쇼핑러시… 한국보다 수십만 원 저렴」 (2024.04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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