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동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말의 무게
영화 「어쩔 수 없다」를 보고 나서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가장 마지막 장면이었다. O제지의 작업반장으로 첫 출근한 날, 패드를 펼쳐서 버튼을 ON으로 변경하자 모든 공장 안의 기계들이 움직이며 자동으로 제조되고 있는 장면. 인간(휴먼)은 한 명도 없던 O제지 공장... 결국 모든 경쟁자들을 처단하고 차지한 공장은 인간은 한 명도 없는 전자동 AI공장 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주인공은 펄프맨 어워드에서 상까지 받은 제지회사에서 종이밥 25년 먹은 작업 반장이다. 구조조정을 당하고, 실직 상태에서 “다시 일자리를 얻으려면 경쟁자를 죽여야 한다”는 비극적인 생각에 사로잡힌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그 안에 담긴 절망과 무력감은 묘하게 낯설지 않았다. 25년 동안 제지공장에서 일하며 종이만 만져온 노동자가 느낄 상실감, 기술과 기계가 자신의 일을 빼앗아간다는 감정은 우리 곁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제지공장이 아니더라도 취미가 음악이면 음악 카페를 취미가 분재인 주인공한테는 식물원을 권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평생 제지밥 먹은 사람이 뭘 하냐는 식이다.
인간은 왜 이렇게 변화와 혁신을 힘들어할까. 행동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가진 존재라고 말해왔다. 새로운 변화를 기회로 보기보다, 잃을 것부터 떠올리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성향 때문이다. 낡은 기술이나 직업을 고수하는 것도 결국 매몰비용 효과(Sunk Cost Effect)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늘 더 나은 길로 가는 과정 같지만, 실제로는 위험으로 다가오고, 그 위험을 회피하려는 본능이 우리를 ‘어쩔 수 없다’라는 자기 합리화와 체념 속에 묶어둔다.
지난주 AI 포럼에서 만난 한 자동차 부품사 CEO의 발표는 그래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앞으로 자동차에는 조향장치가 필요 없어질 수 있다는 동영상을 본 순간, 그는 “우리는 그럼 도대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부딪혔다고 했다. 2세 경영을 이어가던 그 공장은 더 이상 ‘자동차 부품 회사’라는 정체성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회사의 미션을 ‘부품 제조’에서 ‘제조 역량으로 무엇이든 만드는 회사’로 바꾸었다. 혁신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임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림산업은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오래된 창고를 개조해 ‘MDCG(Manufacturing Data Community Ground)’라는 오픈이노베이션 공간을 열었다. 여기서는 AI와 빅데이터를 실제 생산라인과 연결해 기업, 스타트업, 기관이 함께 새로운 제조 프로젝트를 즉시 시도할 수 있다. 이제 태림은 단순한 자동차 부품사가 아니라, ‘제조 역량 기반의 혁신 허브’로 변신하고 있다. 매년 1000여 명이 찾는 공간이 되었고, 글로벌 어워드까지 수상하며 새로운 길을 열었다.
영화 속 노동자와 실제 기업의 선택은 이렇게 극명하게 대비된다. 어떤 이는 혁신을 두려워해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되뇌지만, 또 다른 이는 혁신을 피할 수 없는 필연으로 받아들이고 정체성 자체를 바꿔낸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한심한 인간 군상들”이라며 쉽게 치부했지만, 정작 나 자신도 관점의 틀에 갇혀 있음을 깨달았다. 변화는 언제나 두렵고, 혁신은 늘 귀찮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말은 변명을 넘어선 시대의 경고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이제는 미션을 바꾸고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일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소비자도 본능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크다’는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작은 변화라도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기존 경험과의 연결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은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직업인으로서도 ‘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라는 미션을 재정의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환경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기회는 그 불편함을 넘은 곳에 있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을 피하려면, 스스로 작은 혁신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추석 연휴 때 다들 차례, 성묘 잘 다녀오세요.
저는 2019년 저의 첫책 CS의 재탄생의 뒤를 이를 책을 기획하여 100페이지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나의 경쟁력은 우리나라에서 모든 세상 사람들이 친절해지고 인성과 태도를 고민하는 그날까지 글을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해의식과 법대 하면 된다는 식의 의식이 넘치는 세상 속에 우리는 던져져 있습니다. 이번에 쓸 책 제목 가제는 [왜 인간다운 서비스는 사라지는가?]라는 제목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