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잠

by 소향

바람은
돌 위에서 가장 먼저 잠이 든다
움직이지 않는 것들의 어둠은
늘 시간을 앞지른다

이끼 낀 돌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다
나를 닮은 틈을 발견했다
한 줄기 빗물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았다

살아 있다는 건
움직임이 아니라
침묵을 품은 채
무게를 견디는 일

어쩌면 돌은
자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이토록 단단해진 것일지도

무릎을 꿇는 대신
무릎이 되기를 택한 존재

그렇듯 우리는
부서질 줄 알면서도
끝내 침묵을 이기지 못해
언어의 가장자리에서 깨어지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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