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푸집

by 소향

검은 갈비뼈 엉킨 터 위에
낡은 합판이 입혀진다

아직 형체를 알 수 없는 무게가
그 속으로 흘러들어

건물의 미래를 채워 넣는다

흙내와 철의 호흡 사이에서
한때는 단단한 몸이 아니라
시한부의 틀로만 머무는 시간

누군가의 삶을 지탱할 벽도
태어나는 순간에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거푸집의 품을 경험한다

굳은 뒤 버려지는 껍질,
그러나 그 빈자리의 흔적은
모든 구조의 뼈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거푸집을 벗어내며
형태를 얻는다
허물을 벗어 놓고 나서야

견고함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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