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움켜쥐고 있는 내 유년이 머물던 양철지붕에는
비릿한 멀미가 낙수처럼 매달려 있곤 했다
등교가 채 무르익기도 전에
부정父情을 상실해 버렸다 했던가
감자가 여물기도 전
긴 무지개가 칠해버린 붉은 지붕이 있었고
보릿고개처럼 계절을 간신히 넘긴 후에는
찬바람이 냉기를 잃기도 전에
체온들은 서둘러 읍내로 뿌리를 옮겼다
찔레꽃이 하얗게 계절을 뿌려놓던
유년의 턱에도 까칠한 숯이 자라던
어느 날
우연히 스치던 고향집 언저리에는
세월이 갉아먹은 양철지붕 한 조각
높아진 잡초들의 발목을 베고 누워있다
그곳에서 시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기억 대신 품은 것은 곰팡이였고
체온이 버티지 못해 주저앉은 집에는
돌아누운 유년의 눈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녹슨 주파수 하나
부러진 수도꼭지를 붙잡고
장마 대신에 예보만 부재중을 알렸다
그러나
기억은 여전히 유년을 놓지 못했고
잃어버린 시간만 그곳을 배회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