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할 것 같은 하얀 백옥의 피부를 가진 그녀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커다란 등 뒤로 숨어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이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청순가련형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그녀 옆에 있으면 자극적이지 않은 은은하고 청아한 사과향기가 난다. 어쩌다 산들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바람 따라 코끝으로 밀려드는 향에 흠뻑 취하기도 한다.
정말 행운을 가져다주는 게 가능한 일인가.
사람들은 그녀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다시 찾은 행복'이라고 한다. 순백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물들기 때문일까? 어쨌든 그녀는 헤프지 않은 청순함으로 사람들에게 설레임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은방울꽃'이라 불리는 아이
우리 집 마당에는 화단이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왼쪽 작은 화단에는 큰 목련이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는 강한 빛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살고 있다. 목련꽃이 지고 나면 커다란 잎으로 그늘을 만들어 햇빛이 부담되는 아이들의 휴식처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작은 화단 끝자락에 봄부터 뾰족하게 올라오는 아이가 있다. 꼭 촛불 모양의 입 자루로 흙을 밀고 올라와 2~3개의 넓은 타원형 입을 펴낸다. 꼭 명이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이 아이는 먹을 수는 있지만 독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5~6월이 되면 가운데에서 꽃대가 나와 하얀 꽃을 피우는데 꼭 은방울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은방울꽃이라 불린다. 꽃은 새끼손톱만 한 종모양이고 끝부분만 6개의 꽃잎으로 갈라져 너무 앙증맞게 보인다. 7월이 되면 열매를 맺는데 붉은 구슬 모양으로 주렁주렁 달린 모양이 꽃만큼 예쁘게 보인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순결', '다시 찾은 행복'으로 유럽에서는 가장 가까운 벗에게 선물을 한다고 한다. 향기는 은은한 사과향이나 레몬향이 강하게 난다고 하는데 우리 집 아이들은 은은한 사과향이 풍성한 아이들이다.
열매를 맺는데 열매로 번식하는 걸 본 적은 없고, 뿌리로 번식한다. 뿌리가 땅속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싹눈을 틔워 번식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 두 개의 모종을 심었는데 이제는 반평 정도 되게 은방울꽃이 번져있다. 은방울 꽃이 피면 순백의 하얀 꽃들이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귀엽고 예쁘다.
화단에 자라는 야생화들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들 중 하나이다. 다 같은 꽃인데 편애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정이 더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얗게 예쁜 방울소리 숨긴 그녀가 내 마음에 종을 울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