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에도 책임이 있다

리폼 시(by소향. Aug 10. 2020)

by 소향

바람이 스치는 공간에도 발자국이 있다

구름이 지나는 들녘에도 어김없이 남는다

감성을 불러낸 계절의 끝자락에도

쏟아지던 햇살 부서진 낙엽 위에도


걷다가 걷다가 만나는 갈래 길에는

선택이 마중 나와 저울질로 갈등하고

걱정이 내밀던 고뇌만 한 뭉치 쌓여간다

쫄깃한 심장이 마주하는 순간의 고됨과

되삼킨 발자국이 머물던 사이 그 어디쯤

길은 이미 기울어진 나침반이었을 것이다


시베리아 설원을 달리는 바람의 흔적에도

아무도 봐주지 않던 사막의 마른 호흡에도

시작은 누군가의 몫이 되어 선명히 남아

시선을 안내하는 길이 된다


의미 없는 흔적은 없는 것 같이

길이 된 한 걸음의 의미는

세상을 안내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흐트러진 발자국에도 책임을 져야 할 이유가 있다

나의 작은 발자국이 때로는 신뢰가 되고

나의 작은 흔적들이 모여 등대가 되어

방황이 붙잡은 간절한 빛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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