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폭발 소리와 섬광이 번득인다. 세상이 온통 아수라장이다. 하늘이 무너져 내린 잔해는 스스로 갈길을 찾아 사라져 갔다. 아무도 막지 못하고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때를 기다릴 뿐이었다.
더는 못해먹겠다는 듯 일어서지 않았다.
마당에는 내가 직접 만든 테이블과 벤치가 있다. 테이블 위에는 삼각 타프를 설치해 따가운 여름 햇살을 막아주는 그늘을 만들었다. 약간의 비가 내릴 때 삼각 타프는 물 흐름이 좋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미처 배수를 못하고 타프 위로 웅덩이를 만들며 물이 고였다.
하늘이 무너진 날, 삼각 타프도 하늘의 무게는 견디기 힘들었나 보다. 무심한 주인 탓에 타프가 늘어지도록 물이 차올랐고, 타프를 지지해 주던 기둥이 기우뚱 넘어질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얼른 달려가 타프에 고인 물을 밀어내고 기둥에 묶인 줄을 세 단계나 아래로 내렸다. 물이 다 빠졌음에도 한쪽 기둥은 허리를 구부리고 더는 못해먹겠다는 듯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삼각 타프가 목숨 걸고 버티던 그날이었다. 나는 작은방 창문을 열고 멍하니 화단에 야생화를 바라보았다. 온통 야생화로 이루어진 화단은 이미 꽃이 지고 열매가 영글어 가기도 하고, 이제 갓 피어나는 꽃들이 자태를 뽐내기 위해 몸치장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야생화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게으름을 피우는 각양각색의 모습이다. 빗속에서도 야생화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고, 그 모습들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비에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질긴 생명을 가진 야생화라 생각했기에 잘 견디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음 날도, 또 다음날도 야생화는 별 탈 없이 자신의 모습을 그렇게 유지한 채 여유가 있었다.
야생화의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렸다.
달이 바뀌었다. 여전히 하늘은 찌푸린 얼굴로 미친년 널뛰듯이 오락가락 반복하고 있다. 세상 풍파 다 겪으며 살아온 야생화도 이렇게 긴 장마를 경험하지는 못했나 보다. 잠깐의 쉴틈에 화단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살펴본다. 여기저기 야생화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는 아이들도 있고, 무게를 못 이겨 부러진 아이들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가 시작될 때 미리 기둥을 세우고 끈으로 묶어두었던 아이들이 오기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싸움에는 정말 많은 사상자가 났다. 응급처치를 하는데 엄두가 나지를 않는다. 가슴이 아파온다. 나에게 행복을 안겨주던 아이들을 이렇게 준비도 없이 보내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하늘거리며 자라던 가녀린 아이들이다. 계속되는 비에 손도 써볼틈 없이 주저앉아 녹아내렸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땅으로 스며들어 흔적만 남은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내 가슴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햇살이 빙긋이 웃고 있다. 이제야 나타난 햇살이 그렇게 미울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이런 일이 발생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서운한 마음에 그만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야생화를 키우며 이렇게 오랜 비를 만난 것이 처음이라 생각지도 못했던 경험을 했다. 야생화도 그 많은 역경과 고난을 무던히 잘 넘길 것이라는 방심이 일을 키웠던 것이다. 그 여리디 여린 아이들이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못한 나의 잘못이었던 것이다. 그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하늘하늘 여린 아이들이 또다시 눈에 밟힌다. 나에게 많은 행복을 안겨줬기에 오늘 또 이 밤이 길어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