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이 물속에 잠겼다
햇살 훔친 윤슬은 세상을 기웃거렸지만
남은 것은 기억이 감금해 놓은 허상
오늘은 티 없이 맑은 세상이 서럽기만 했다
다시 바람이 불었다
헝클어진 머릿결은 그대로 두었다
너도 내 마음과 같다는 생각에
나도 그렇게 보이고 싶었기에
일부러는 하지 못하고
문득
방파제 부서지는 파도가 보고 싶었다
길었던 침묵도 어색하지 않았고
날리던 짠내가 밉지도 않았던
인적 끊긴 모래밭에는 발자국만 홀로 걸었다
그러다, 환청이 어스름 타고 다가서는 시간이 되면
맺지 못한 말들이 한 음절씩 울먹였다
하늘은 맑은데
비가 또 내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