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빈자리

by 소향

쓰고 싶은 마음의 갑작스런 방문과

준비 없는 생각이 말끔히 청소해 놓은 머릿속

둘 사이를 넘나드는 동공의 흔들림에

파랗게 익어가는 가을이 파도를 밀고 온다


가끔, 하얗게 부서진 구름이 말을 걸었고

유년에 날던 고추잠자리는 숨바꼭질 중이다

어디로 숨었는지 찾지 못해 심심한 시간

부채질하는 나뭇잎을 타고 바람이 온다


익숙했던 당연함이 기억에 갇혔을까

한참을 그렇게 파란 하늘 속을 헤엄친다

꼬물대는 그림자도 없는 빈자리


괜찮지 않은데 괜찮았다

사라진 것이 기억을 붙잡고 있어서

아직 꽉 차지 않은 오후가 남아서


울렁이는 하늘 이랑 능선을 넘는다

붉은 시선이 잠든 행간의 얼룩

기억의 지문으로 풍경을 만들어 간다

아직 남은 하늘 빈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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