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무룩 잠들다

by 소향

글이 열정을 부르나 보다

머릿결 하얗게 벗어지던 날이라면

넉 놓고 기다릴 법도 한데

바람이라도 벗어놓은 이야기 한 가지

못 이기는 척 주워 담아놓는 걸 보면


열정이 미련을 키우나 보다

고된 행간들 넘어가는 순간들이라면

모른 척 눈이라도 감아줄 만도 한데

지나간 잉크 자세도 잡기 전

기어이 뒤집어 놓고 마는 걸 보면


미련이 잠을 부르나 보다

매듭 풀린 생각이 시간을 팽팽하게 당길 때면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털썩 주저앉을 만도 한데

긴장 끝에 매달려 졸고 있는 대화를 보면


어느 순간

까무룩 잠깐의 보약이 찾아온다

생각은 어느새 바람 한가운데를 달려

회복되지 않을 만큼 늘어진 고무줄이 된다


그래도 남아있는 흔.적.

그것을 베고 까무룩 잠이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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