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세월

비 내리는 가을

by 소향

저기압의 욱신거림은 뾰족해진 세월 때문이다


구름이 경계를 허물며 채워놓은 가을에는

익어가던 꿈들의 조바심만 무수히 쏟아졌고

하루 종일 눅눅함에 얼룩진 오후가 휘발되어

하얀 잠식의 허물 뒤로 사라져 간다


장마의 추억이 다시 찾아올 것만 같던 저녁

식어가는 공기를 등에 지고 들어오던 옆지기

뼈 마디가 외치는 뾰족한 통증을 하소연한다

세월이 바람에 갈려 바늘끝이 되었던 것일까


애처로움에 말없이 손을 꼭 잡아본다

겨울이 넘쳐 침범당했던 것일까

온기는 이미 육각의 날 선 계절에 갇혔고

시린 세포들의 아우성만 가득하다


방심한 시간들이 내려놓은 흑백의 시선들

삐걱거리는 생각들이 고립으로 속도를 높이면

시장기가 곤두세우던 촉각은 사라지고

그 사이를 지나는 7시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비는 여전히 창밖을 서성거렸고

이미 예정된 밤이 찾아온 것처럼

뾰족한 세월은 관절에 뿌리를 내렸나 보다

아무도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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