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흘렀다

노안

by 소향

눈물이 흘렀다

감정은 내 탓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바람은 그냥 살짝 지나왔을 뿐이라 했다

누가 볼까 슬그머니 눈물을 닦았다


백지 위에 널린 점들이 흔들렸다

초파리인가 하여 손으로 잡아본다

멀쩡한 손바닥만 소리를 지른다

팔을 내밀어보니

작은 글자들 올망졸망 키득거린다


동체시력이라더니

움직이는 물건이 축지법을 쓴다

밝아서 싫었던 전등이 자꾸만 좋아진다

눈은 책을 조금씩 밀어내고는

멀어진 책에 잔뜩 화를 내고 있다


반갑지 않은 두통이 찾아온다

싫은 내색을 해도 거절을 거부한다

꾹 참고 눈을 감아본다


눈물이 흘렀다

감정에 노크도 없었고

온다는 기별은 더욱 없었다

내일, 안과는 휴진이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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