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밀어놓은 거리는 끝을 알 수 없어도
기억에 각인된 유년은 여전하기만 하다
가슴은 아직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리움은 언제나 텅 빈 고향에 촉수를 내렸다
새벽, 이슬이 차지한 학교가 산을 넘어오기도 했고
때로는 미련이 잡아당긴 어둠 속에 갇혀
두려움에 부풀어 오른 발자국소리가 그림자처럼 붙어도
무서움은 오늘에 머무를 뿐 내일은 오늘이 아니었다
어쩌다, 유년이 울먹였던 성장통
문명이 숨겨놓은 날 선 해악이 노렸던 발바닥과
서툰 욕심이 부러트린 빨간 노을
응급의 밤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산의 아픔을 저울질했던 불장난과
환경이 떠밀던 전학이 멀미처럼 울렁거리던 날들
떠나가는, 그리고 남겨진 고민들이 거기에 있었다
저마다의 삶 속에서
육각의 날 선 계절이 부풀어 오른 지금
무시가 지워버린 거리를 뒤로한 채
유년은 끊어진 실마리를 다시 잇고 있다
삶은 어쩌면
성장의 터닝포인트를 돌아
기억의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유년이 남긴 발자국 따라 걷는
벗들의 안부가 소집되는 시간
압축된 시간만큼 말없이 고정된 시선
오늘이 그렇게 유년에 젖었다
2023. 01.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