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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Mar 23. 2023

봄비

하루종일 말랑해지도록 마음을 잘 불려 놓았나 보다

밤새워 조용히 국수틀을 빠져나오는 국수처럼

쉴 새 없이 내려오는 기다림이 맛깔스러운 걸 보면


잘 숙성된 떨림마저 촉촉이 젖어들면

앙상한 가지마다 세상을 거꾸로 매달아 놓는다

멀어져도 다시 한 곳으로 가까워지도록


온종일 내린 추억이 범람했는지

흐릿해진 세상이 온통 물보라 속에 잠겼다

다시 찾아올 순간의 불확실성 앞에서


그래도, 이 비 그치고 나면 

다시 초록을 품은 채 부풀어 잠들 것이고

젖은 마음에 촉촉한 그리움이 

조금씩 다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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