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뾰족한 것은 겨울이 아직 남아서다
식어버린 마음은 영하의 바람과도 같아서
배설은 언제나 육각의 살얼음이다
육각은 상처에 날 선 고통을 생산할 것이고
오랜 뒤척임과 수선의 날들 속에도
감추지 못한 요실금처럼 소리 없이 걸어 나올 것이다
낡은 폐가의 기울어짐에도 지탱의 이유는 있다
한 가닥 남아도 차마 놓지 못해 매달린 종교처럼
아직 햇살은 오후에 걸려있고
이제 막 싹을 틔운 아지랑이 헤치고
따끈한 찜질의 언어가 봄의 길목을 마중해서다
누구나 가슴 한 구석 문신처럼 붙어있는 상처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사나운 밤의 흔적
그 속에 봄의 입구는 아직 넓기만 하다
주름이 걸어놓은 햇살이 아직 당도하기 전이라면
시간이 건져 올린 봄의 소식
겨울은 이제 유배지로 떠났으니
문신들도 간밤의 꿈속에 흩어질 것이고
상처는 봄의 간호아래 회복의 날들이다
꽃비가 울먹이는 하늘 좋은 날
둥근 언어는 오후의 말랑한 햇살아래
붉은 변명들을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