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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Nov 24. 2023

어쩌면

오후 6시는 커피 향 짙게 물들어 가는 시간

하늘에 태양이 까맣게 피로를 몰아오고

파랗게 잘 먹은 화장 위로 하루의 쌓인 먼지를

화장과 함께 지워내는 변신의 순간이다


어쩌면 잘 볶은 윤기 나는 커피콩의 모습처럼

반짝이며 코끝으로 스며드는 커피 향이 되어

하루의 피로를 지워가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간드러진 바람씨 따라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에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곤한 몸 언저리에도 미소가 피어나는

회복이 시작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차갑게 짓눌렸던 대지가 토해내는

봄을 향한 긴 날숨의 냉기와 같이

얀 피로를 잘 볶아 까맣게 익혀놓고

내일을 준비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 바람씨 : 바람이 불어오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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