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by 소향

장마는
기억이 무너지는 방식이다
벗겨진 벽지 틈에서 퍼지는 곰팡이처럼
묵은 생각이 천장까지 번져
시간의 지붕을 눅진하게 썩힌다

하늘은 울음을 복사하다 번진 원고,
문장들은 젖은 종이처럼 흘러내려
배수구 쪽 낮은 마음부터 천천히 눌러 앉는다

장마는
신이 감정을 견디지 못할 때 몰래 여는 비상구,
그래서 빗소리는 늘 어깨를 적시며 돌아선 사람의 말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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