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오후가
시간에 눌려 깜빡이는 사이,
덜덜대는 바람이 선풍기 날개를 흔든다
커피 한 모금이 코끝을 적시는 찰나,
나는 나를 겨우 붙들고 있다
저 멀리 때 잃은 닭의 울음이
가래 끓는 노인처럼 튀어 오르고
풀벌레의 장단은 더위를 업고
무릎에 기대듯, 나를 잠에 데려간다
뉴스 앵커의 목에서 울리는 타자기는
이 세상의 절망을 타전하고 있었고
갈라진 성대는,
남은 자들의 몫으로 남겨진다
한 조각 남은 자존심이
절망과 줄다리기하듯
삶의 가장자리를 붙잡고 있다
지친 마음은 그 틈에서
스스로를 지우는 연습을 한다
화살처럼 스쳐가는 하루
빛보다 빠른 세상의 속도에서
마음은 낯선 언어가 되고
절망은 집을 짓는다
나는 하루를 살아낸 대가로
나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던 것
그래서,
살아내느라 애쓴 나에게도
누군가의 “수고했어”가 필요하다
내 어깨에 놓인 무게를 알아보는
단 한 사람의 눈빛이면 좋겠다
누구에게 건네던 친절만큼,
나 역시
내 마음에 자주 말을 걸어야 한다
세상이 모르는 나의 울음을
내가 알아봐 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나에게도 친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