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김 한 겹이
한라봉 위로 내려앉을 때
막 구운 스콘에 녹던 버터처럼
지친 하루의 끝자락이
말없이 스며든다
수국은 창가에 등을 기댄 채
묵은 햇살을 한 잎씩 털고 있고
찻잔에서 올라온 향기는
겨우내 덮어두었던 마음의 이불을
조심스레 들춘다
그녀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
손끝으로 건네는 온기가
고요한 인사 대신이다
커튼에 스며든 빛과
벽에 기대어 식는 노트 한 권이
방금 들어선 낯선 이의 숨을
잠시 머물게 한다
쇼케이스 유리창에 비친 눈동자 하나
작은 케이크 위로 고개를 숙이고
버려진 결심 하나가
포크 끝에 묻어 나온다
그녀는 말 없는 손길로
식어가는 기분을 덜어내고
찻잔 위에 부풀어 오르는 오후를
살짝 눌러 잔다
이곳에서는
단어가 필요하지 않다
온기가 천천히 눕는
감정의 자리만 있을 뿐
늦은 오후가
조용히 발목을 담그면
그녀의 창엔
아직도 다 식지 않은 마음 하나
빛 아래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