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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May 01. 2016

노래과 단상

좋아하는 노랫말과 짧은 생각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서정주, 자화상 中



서정주의 시 자화상의 일부. 이 구절을 읽으며 나를 돌아봤을 때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음악이다' 라고 생각했다.


'음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니 너무 거창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지만, 어쨌든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아주 많은 삶의 부분을 채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어떤 영화에서 누군가는, 음악은 평범하던 일상도 진주처럼 빛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했다.

나에게는 별다른 흥미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에, 그러면서도 매일 매일 무언가를

강하게, 그리고 잔잔하게, 느끼고 싶었기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길을 걸을 때, 잠을 잘 때까지 계속 노래를 들었다.


노래를 들을 때 각각의 노래마다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여름밤이 생각나고, 어떤 친구가 생각나고, 다시 오지 않을 그 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끝도 한계도 없는 상상이 시작되기도 한다.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보단 가사에 많은 비중을 두고 듣는 편이다. 물론 음악을 들을 때 완전히 구분되어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 이 노래 정말 좋다.' 의 기준은 노랫말이었달까. (지금은 안 그런 경우도 많다)


가사에 녹아 담겨 있는 그 마음과 기분과 감성을 간직하고 싶어, 예쁜 노트에 꾹꾹 눌러써보기를 수 차례.

그래도 뭔가 허전함이 있었다. 


나는 늘 좋은 게 있으면 나누고 싶었다. 그다지 대견하기만 한 마음은 아닐 테고, 그냥 뭐랄까

'나는 이게 너무너무 좋았으니 너도 이걸 통해 좋은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럼 나도 기쁠 거야. 

그리고 그것에 대해 같이 얘기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라는 정도의 마음이다.


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걸 멋지게 표현해 낼 수 있다면 더 좋다.

초등학교 때 처음 손에 쥐었던 CDP와 128mb짜리 아이리버 엠피쓰리로부터 시작된 나의 세계와, 

비교적 한가하지만 치열한 스물두 살의 하루하루에 드는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그 소중한 순간의 순간들을 잡아두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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