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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May 03. 2016

어떤 노랠 불러야만 할까 니가 지쳐 보이는 날엔

줄리아하트, Singalong


유달리 하늘이 검은 밤이 있다.

그런 날엔 주위를 둘러본 뒤 잎이 크고 넓은 나무를 찾아야 한다.

나무에 가까이 가기 전까지는 위를 쳐다보지 말고, 나무 옆에 섰을 때 바로 하늘을 쳐다본다.


검은 하늘과 나뭇잎의 선명한 초록색이 만들어내는 어떤 조화가 있다. 무수한 잎사귀들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면 그건 그것대로 또 너무 좋다.


팔을 휘저으며 쪼리 같은 것을 신고 조용한 밤거리를 걸을 때, 팔을 휘저어도 팔에 감기는 바람 한 점 없고

전혀 습하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완벽한 초여름 날씨. 

그런 날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줄리아하트의 'Singalong' 이다. 


노래는 경쾌한 드럼 박자로 시작해서, 일렉기타가 끼어들고 삼십 초 정도가 지나면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가녀린 남성보컬'의 목소리가 나온다.







어떤 노랠 불러야만 할까, 니가 지쳐 보이는 날엔

이런 노랠 들려주고 싶어 네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쉽지 않을 것 같았던 날 친구를 얻고

잘 수 없을 것 같았던 밤 좋은 꿈을 꾸고

어린아이 숙제 같은 너의 많은 착한 고민

이 노래가 도움이 된다면 또 불러줄게






가사만 보면 그냥 그저 그런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이 노래를 사랑하는 이유는 특유의 어떤 그 느낌 때문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많은 노래 중에

어떤 노래를 불러주면 좋을까, (불러 '준'다는 것에 크게 의의를 두진 않았으면 좋겠다) 하고 고민한다는 것은

참으로 사랑스러운 일! 


쉽지 않을 것 같았던 날 친구를 얻고, 잘 수 없을 것 같았던 밤에 좋은 꿈을 꾼다는 가사도 참 좋다.

세상은 꼭 예상치 못하게 나의 뒤통수를 친다. 그것은 때로는 좋은 의미가 되기도 하고 

나쁜 의미가 되기도 하는데, 그것이 내가 인생이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이다. 

'니가 제대로 된 뒤통수를 안 맞아봐서 그래!'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몽글몽글한 기분은 '어린아이 숙제 같은 너의 많은 착한 고민' 에서 정점을 찍는다. 

나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걱정거리와 고민이 많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것 까지 

사서 고민하는 경향이 있어, 많고 많은 고민 덩어리가 뭉쳐져서 내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작은 고민에도 마음 졸이는 작은 마음의 사람들은 사소한 고민이나 생각에도 밤 잠 설치기도 하는데, 

그건 말 그대로 '착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대범하지 못해서, 조금 더 놓아도 되는데 놓질 못 해서.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나와 우리가 되기 위해서.

그러니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건 나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청량한 밤의 풍경에서, 순수한 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노래.

기분 좋은 밤에 자주 찾게 되는 노래.





#줄리아하트 #정바비 #singa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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