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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May 03. 2016

이 시간이 지니는 의미를,
우린 곧 알게 될 거야

이아립, 우린 곧 알게 될 거야



나는 자유로운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그 상태에서 더욱더 온몸으로 그 자유로움을 느끼기 위해 추가적으로 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른 시간 내에 분위기를 환기해주고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 내기에는 단연 음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날 때, 그 자유로운 기분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나. 지금. 여행간다.' 라는 느낌을 뿜어내는 노래들을 항상 셋리스트로 지정해놓고, 출발과 동시에 듣곤 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 친구들이 한창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을 때 나는 공강과 자체휴강을 활용하여 제주도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날씨도 너무너무 좋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도 아니요, 그래도 몇 번 가본 곳이라고 대책이 없으면 없었지 두려움 같은 것은 없었으며 즐거움과 설렘으로 가득했던 순간이었다. 



혼자 비행기에 올라 창 밖으로 보이는 하얀 구름들과, 낮게 보이는 세상을 구경하다 보니 지금쯤 학교에 있을 친구들이 떠올랐다. 마침 스튜어디스분께서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 라는 이벤트에 참여하시겠냐면서 편지지 한 장을 건네주셨다. 헉. 감성저격이다. 라고 생각하며 오직 이 시간에, 여기서만 쓸 수 있는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를 작성했다. 


작년 5월은 지금 생각해도 바쁜 나날들이었다. 

함께 생활하던 학과에서 학생회 자리를 맡게 되어 매일 같이 얼굴을 보며 많은 일을 했고, 우리 앞에 닥친 학업과 진로에 대한 부담까지! 그 나름대로 스물한 살짜리 고민들에 막혀 허우적 대고 있었을 때였다.


편지지와 펜을 받아 들고, 생전 처음 맞닥뜨리는 비행기 감성(?)에 젖어 이런저런 말을 하다가, '… 지금은 너무 바쁘고 할 일이 많아서 짜증이 나기도 하고 의미를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지금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안에서, 일상에 잠식돼서 우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하자' 라는 내용의 글을 썼던 것 같다.



이런 말들을 쭉 적어 내려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때 내가 듣고 있었던 노래가 이아립의 우린 곧 알게 될 거야 였기 때문인 것 같다.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던 가수의 노래였는데, 어떤 경로였는지 노래를 찾게 되었고 결국 그 노래는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가 되었다.




'거기엔 길 없어요', 누군가 내게 말했다. 나는 상관없어요

내가 걷는 곳이 바로 길일 테니까

이 시간이 지니는 의미를 우린 곧 알게 될 거야

이 계절이 지니는 의미를 우린 곧 알게 될 거야




이아립은 한국 여자 가수 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몽환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화려한 밴드셋이나 별다른 음향효과들 없이, 기타 하나와 목소리 하나 만으로도 깊이감을 주는 노래들이 정말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는데, 이 노래 역시 이아립의 목소리와 기타 멜로디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준다. 내가 하는 일, 가는 길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듯한 가사 또한 이 노래를 자주 찾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여행을 떠날 때, 그 자유로운 시간에 더욱 빛을 발하는 이 노래. 예쁜 제주에서 듣게 되어서 참 기뻤다.




#이아립 #우린곧알게될거야 #어쿠스틱 #기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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