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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지 May 13. 2016

수 많은 오월 지나고 초록은 점점 녹이 슬어도

랄라스윗, 오월




나는 7월의 끝자락에 태어났다. 너무 이르지도 않고 늦지도 않은 적당한 계절.

요즘은 생일이 뭐 별거냐고 해서 챙기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일이 포함되어 있는 달을 좋아하지 않을까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난 9월에 태어났다고 해요 그래서 나의 일년은 언제나 가을겨울봄여름 "

가을방학의 <가을겨울봄여름> 이라는 노래의 일부이다. 이 노래도 참 사랑스러워서 좋아하는 노래인데, 참 흥미로운 발상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꽃들도 새들도, 우리들도 모두 자기만의 일년을 살아간다는 뜻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일년의 끝을 알리는 겨울이, 다른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시작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졌던 첫 달은 7월이었다. 

별다른 생각 없던 생일에 대해, 나도 5월생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게 만든 노래가 하나 있다.





"오월 너는 너무나 눈부셔 나는 쳐다볼 수가 없구나 

엄마 날 품에 안고 기뻐 눈물짓던 아주 먼 찬란했던 봄이여

세찬 울음 모두의 축복 속에서 크게 울려퍼지고 아주 많은 기대를 모여 날 반짝이게 했지

수많은 오월 지나고 초록은 점점 녹이 슬어도 따스했던 봄날의 환영을 기억해 나는 오월의 아이

  

오월 창공은 너무 높아서 나의 손엔 닿지가 않구나

우리 작은 아가는 커서 무엇이 될까 행복한 봄의 아버지였어
하나둘씩 지워져가는 도화지 위의 화려한 그림들 두 손 사이로 새어나가는 빛나는 모래알들
수많은 오월 지나고 초록은 점점 녹이 슬어도 따스했던 봄날의 환영을 기억해 나는 오월의 아이

검은 구름들 몰려와 거친 비가 내려
질퍽대는 땅 위에서 비척거렸지 난 조금은 더러워졌지만

수많은 오월 지나고 푸르지 않은 봄 마주쳐도
아주 오래전 그 날 눈부시게 빛나던 
나는 축복의, 나는 오월의 아이"





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 스무살이 되던 해의 봄이었던 것 같다.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뀐것에 대한 왠지 모를 어색함. 그때 나는 내가 맞이하게 될 앞으로의 나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 느껴지는 이전의 나를 양 손에 쥐고 어쩔 줄 몰라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나를 만든 어린 나를 떠나보내야 한다는게 조금은 낯설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직도 한참 어린 나이인데, 그때는 스무살이 큰일이라도 되는 것 처럼 유난이었다. 

그 때 이 노래를 듣게 되었고, 노래를 들으면 마음에 그려지는 그림들과 느낌이 나를 그 시간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었던 것 같다.


피아노 한 대의 멜로디로 시작해서, 연약한 듯 힘있는 보컬로 노래는 전개된다. 코드진행이 바뀌고 일렉트릭 사운드가 가미되는 시점(윗 글에서 볼드처리한 부분)부터의 가사를 가장 좋아한다.




지금 나는 스물 두살. 오월, 그러니까 나의 칠월은 스물 한번이 지나갔다. 

스무살이 되고 정식으로 '어른'이라고 명명되는 나이가 된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고 답답했던 숱한 불면의 밤도, 처절하게 혼자여서 외로웠던 날들도 있었다.


분명히 여러 꿈을 꾸던 내 이전 날들 보다는 색이 흐려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리 저리 헤메이고 다니다 보니 먼지가 묻은 것일까. 


노래에서는 앞으로 각자의 오월과 칠월이 수십번 더 반복 되어 우리의 초록이 점점 녹이 슬어도,

그러다 결국 푸르지 않은 봄을 마주치게 되더라더라도. 그건 그대로 괜찮다고, 내버려두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 그리울 때, 그리고 지금 주어진 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 이 노래를 찾는다. 대놓고 위로를 위한 노래는 아니지만, 일인칭의 시점으로 말하는 가사가 오히려 더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 가사만큼 아름다운 멜로디를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노래. 




#랄라스윗 #오월 #노래와단상 #박별 #김현아 #lalasw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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