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바사 회바회
1. 스타트업 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표현 중 하나는 '스타트업에서의 일주일은 대기업의 한 달과 같다'일 것이다. 유사한 표현으로는 '스타트업에서의 한달은 대기업의 1년과 같다' 등이 있다.
2. 마이프랜차이즈에 입사하고 첫 팀 회식을 가진 자리에서 '전 이 회사에서 최소 3년은 있을 겁니다'라고 하자 한 팀원이 '스타트업에서의 한달이 다른 곳 1년이랑 같다는데 그렇게 오래 계신다고요?'라고 물은 기억이 있다.
3. 스타트업에서의 시간이 다른 곳보다 빠르게 간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빠른 의사결정과 폭발적 성장 때문일 것이다.
4. 좋은 매체를 선정해서 광고 효율이 올라가거나,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발굴해서 유입이 늘어나거나, 아예 새로운 사업적 시도를 통해 기존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5. 하지만 이런 빠르고 색다른 의사결정 만으로 성장을 이루긴 어렵다. 빠르고 색다른 의사결정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실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실행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6.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과 사람이 부족하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나마 일을 할 사람도 부족하다는 거다. 그러니 일할 시간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7. 지금 회사에 들어와 일하는 시간을 계산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10-7의 근무시간 외에도 아침, 밤까지 틈틈이 캘린더 일정을 조정하고, 슬랙에 올라온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아이디어나 좋은 자료는 슬랙에 공유 한다.
8. 나름 카드사에서 노조 대의원까지 하면서 노동자의 입장을 많이 고민해 왔고 지금도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나의 사정과 스타트업의 사정이 같을 수는 없다.
9.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로 결정 했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긴 근무시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해야 한다.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복지 등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고.
10. 그냥 스타트업에 다닌다고 대기업에 다니는 것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빨리 결정하고, 더 많이 일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11. 스타트업에서 일하다가 대기업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일 수록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빠르게, 색다르게 그리고 많이 일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다니면서 대기업 다니는 것처럼 일했던 사람을 과연 대기업에서 뽑아줄까?
12. 스타트업에 다닌다면, 스타트업에 맞게 일해야 한다. 그래야 회사도 나도 오래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