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이서는 자주 달려와 안긴다. 그러면서 ‘행복해요', ‘사랑해요' 처럼 나를 한 순간에 녹여버리는 말들을 속삭인다. 그럴 때면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기쁨에 빠진다. 그래서일까. 아내와 둘째를 가질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이가 둘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얼마 전 아이가 둘, 아니 셋이 되는 짧은 경험을 했다. 추석 명절을 맞이해 동생네 부부가 우리집을 찾았다. 8살된 여자 조카와 5살된 남자 조카와 함께였다. 시댁에 들렀다가 늦은 밤에 우리집에 도착한 동생 가족. 미처 잠에 들지 못한 이서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서는 요즘 부쩍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자기 외삼촌을 만나도 좀처럼 다가가지 못하다가 30분이나 1시간이 지나야 친한 척을 한다. 그런 아이가 사촌 누나, 형을 만나니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닌다.
8살, 5살, 3살의 조합은 그야말로 환장의 조합이다. 8살 누나를 필두로 거실과 큰 방, 작은 방을 뛰어다닌다. 동생네 부부를 위해 이부자리를 넓게 깔아둔 작은 방에서 세 아이가 같이 눕고 서서 마치 수영을 하듯 팔을 허우적 대고 난리 부르스를 추는 것이다. 그 와중에 이서는 벽에 머리를 부딪히기도 했는데, 이마가 벌겋게 부어 올랐는데도 아픈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신이 나서 놀고 있었다.
잘 시간이 되었다고 하니 셋이서 함께 잔다면서 다같이 눕길래 이불을 덮어주었다. 이렇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건가 하는 헛된 희망을 안고 방의 불을 껐다. 그러나 역시 5분도 되지 않아 우르르 몰려 나오더니 외친다. ‘잠이 안와요.' 아이들은 어찌어찌 자기들의 부모를 따라 각자 방으로 흩어지고 나서야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집 근처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작은 잔디밭이 마련된 곳. 아이들은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뛰어 놀았다. 아이들은 서로를 잡고 안고 뛰었다. 그리고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며 혹여나 넘어져 다치지 않도록 살피면서 연신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찍어댔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부대끼는 삶이 주는 행복에 대해. 아이 여럿이 내 팔이나 다리에 매달려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재잘되는 상황이 되면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누군가 나를 사심없이 믿고 따르고 신뢰하고 사랑해준다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모르겠다. 물론 그 시간이 길어지면 쉽지 않겠지만 ㅎㅎ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표현하는데 ‘부대낀다'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 같다. ‘부대끼다'의 사전적인 의미는 ‘무엇에 시달려서 괴로움을 당하다'라고 한다. 아이에게 시달리고 괴로운 것은 아니지만 부대끼다라는 표현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을 아직은 찾지 못했다. 살을 부비고 아이에게 입을 맞추고 아이의 짧은 팔이 나의 몸을 감쌀 때 주는 부대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제 아침, 잠에서 막 깨서 서있던 아이의 양 옆에 나와 아내가 각자 누웠다. 가운데 서 있던 아이는 아내와 내 사이로 엎드리며 한쪽 팔은 나를, 다른쪽 팔은 아내를 감쌌다. 그리고는 나지막히 말했다. ‘행복해' 이서도 나처럼 부대끼는 지금의 시간이 행복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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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좋았던 점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흥도 기억도 점점 희미해져 가지만 아이와 함께 여행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6월 당시 이서는 23개월이었던 이서와 함께 하다보니 ‘하루에 한 곳이라도 제대로 가보자'는게 목표였어요. 참고해주세요 ㅎㅎ
[가보면 좋을 곳들]
1.팀 랩 보더리스 (오다이바 / 현재 폐장, 2024년 1월 재개장 예정)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서만큼 어린 아이가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이서와 함께 즐기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맨발로 물을 지나고 빛과 거울로 이루어진 공간들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이었습니다. 아내와 이서 모두 만족했고 인생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는 곳이었어요. 아쉽게도 지난 8월 31일에 폐장했다고 합니다. 내년 1월에 오픈한다고 하니 새단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내년 초에 가실 분들은 꼭 들려보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2. 맥셀 아쿠아파크 (시나가와)
도쿄에 있는 몇개의 아쿠아리움 중에서 선택한 곳이었습니다. 돌고래쇼가 있다고 해서 방문하기도 했고요. 시나가와 역에 도착하니 마침 이서가 잠들어서 역사에 있던 블루보틀에서 커피를 한잔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기도 했네요. 맥셀 아쿠아파크에 방문했을 때는 폭우가 왔는데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면서 돌고래쇼를 두번이나 볼 수 있어 오히려 좋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돌고래쇼가 참 좋았습니다.
3. 디즈니랜드
사실 디즈니랜드라고 쓰고 ‘미녀와 야수'라고 읽을 정도로 ‘미녀와 야수' 어트랙션의 경험이 강렬했습니다. 대기줄이 원체 길어 DPA(디즈니랜드 프리미어 엑세스)를 구매했는데요. 비싸긴 했지만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23개월 이서도 아주 잘 즐기고 왔어요. 디즈니랜드의 부지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어요.
[교통]
1. 공항-시내
클룩에서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밴을 예약해서 이용했어요. 캐리어를 두개에 유모차에 아이까지 챙겨서 다니기는 어렵겠다 생각했고요. 잘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2. 시내 이동
무조건 지하철과 도보를 이용했어요. 택시를 타기에는 왠지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아내와 저 둘다 아이폰이다 보니 애플페이에 파스모(PASMO)를 등록해서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했습니다. 아이폰으로 지하철 티겟을 대체할 수 있다보니 너무 편했어요. 다만 일본 지하철은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가 많지 않아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계단으로 이동하는게 쉽지는 않을 수 있는데요. 다행히 올 초에 열심히 운동을 한 덕(?)인지 할만 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꽤 많았고요. 유모차를 이용한다고 눈치 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숙소]
이서가 워낙 뒹굴면서 자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일본 호텔이 비용 대비 좁기도 하다보니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어요. 화장실-주방-방-세탁실-샤워실 순서로 길게 구성된 원룸 형태의 숙소였어요. 방 영역은 바닥이 다다미로 되어 있고 이불을 넓게 펼 수 있어 좋았어요. 아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넓게 누워서 잘 수 있어서 더 좋아했던것 같고요. 아이와 함께 이용하는 투숙객을 위해 아기의자, 아기 식기 등도 잘 마련된 숙소였어요. 하지만 주방과 방의 공간 구분이 되지 않는 형태다보니 아이가 잠들고 나서는 어른들이 활동하기에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어요.
[음식]
저희는 대부분의 식사를 편의점, 마트에서 구매해서 먹었어요. 특히 매일 저녁은 숙소 주변 마트에서 사온 다양한 종류의 도시락, 특히 초밥과 회를 많이 먹었는데요.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매일 매일 오늘은 어떤 도시락을 사갈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숙소에 있던 전자렌지로 데워 먹을 수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요. 컵라면도 매일 종류별로 먹어보고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사히 생맥주 캔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아이가 없을 때는 줄 서서 들어가는 맛집도 가곤 했으나 이젠 그러기 힘들다보니 거의 방문하지 않았고요. 운좋게 아이가 자는 타이밍에 저희의 최애 스키야키 식당 나베조(무려 무한리필!)에서 한끼 할 수 있었어요.
[기저귀]
도쿄 여행을 하며 가장 좋았던 건 대부분의 지하철, 쇼핑몰에 기저귀를 교체할 공간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복잡한 시내에서는 적당한 공간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요. 지하철 역에서도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이 장애인용 화장실과 합쳐져 잘 마련된걸 보고 감탄을 한 적도 있었네요.
도쿄여행 팁(?) 공유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희 가족의 여행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202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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