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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Nov 13. 2023

육아는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얼마전까지만 해도(사실은 지금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나의 시간과 관심이라 생각했다.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고 함께 있을 때는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의 얼굴을 쳐다봐 주는 것. 아이의 작은 행동에도 관심 가지고 웃으며 뒹굴대는 것. 


그런데 아이도 자기가 최고의 선물을 받고 있다고 여기는 걸까? 뭐 아직은 그럴 것 같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언제까지 일까? 나의 시간과 관심을 넘어 아이의 미래에 도움이 될 더 큰 선물을 줘야 하는 시간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느낌이다. 


이서는 28개월을 향해 가고 있다. 만으로 2년 4개월이 되었고 내년이면 세는 나이로 4살이 된다. 그리고 5살이 되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유치원에 간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동안에야 별다른 옵션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유치원에 가는 순간부터는 조금씩 달라진다(고 들었다).


일반 유치원이 있고 그 유명한 영어 유치원이 있고, 놀이를 중심으로 하는 교육 기관이 있다고 들었다. 당장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면 이사를 가야 한다. 우리 동네에는 영어 유치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네에 영어 유치원이 있다고 보낼 수 있는것도 아니라고 들었다.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봐야 한다던가, 입금 순으로 접수가 되는 바람에 입금 마감 시간에 일가 친척이 동원되어 유치원 등록비 이체를 시도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찌어찌 유치원을 지나 초등학교에 가려고 해도 고민이다. 일반 공립 초등학교가 있고 사립 초등학교가 있다는데.. 어디에 보낼건지 정해야 겠지. 공립에 보내려면 지금 사는 남양주가 아니라 그 학교에 배치될 수 있는 동네로 가야 하는데 우리 아이를 어디서 키우는게 좋을지도 고민해야 할거다. 사립으로 보내려면 서울 시내 여러 학교에 지원을 했다가 아이가 운좋게 당첨(?)이 되면 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거고. (실제로 주변에 이런 경우도 있더라.)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방과 후에는 어떤 학원을 보내야 할지도 고민이겠지. 한번은 지인과 테헤란로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아이 교육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테이블에 있던 나이 지긋한 여성분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어디선가 가져온 정체 모를 명함에 펜으로 한 독서학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이 학원이 대치동에서 그렇게 유명하다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모르는 아이들과 공부하기 보다는 유치원을 같이 다니던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좋다는 이야기, 초등학교 이후로는 아이의 정서 안정 등을 위해 가급적 전학은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여기저기서 들었다. 그러니 이서가 5~6살이 되는 무렵에는 그 후로 10년 이상 살 동네와 학교를 정해야 한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이렇게 생각하니 부모로서 공부해야 할게 한두개가 아니다. 나와 아내의 선택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아가 의사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은데 우리가 이렇게 무지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르는게 죄는 아니지만, 나중에 아이가 ‘엄마, 나는 왜 이 동네에서 사는거야?’라고 묻기라도 하면 어쩌려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럴 때 일수록 중요한 건 아이 교육에 대한 지식이라기 보다는 부모의 ‘교육관’이 아닐까 싶다. 교육에 필요한 모든 걸 미리 준비하고 계획할 순 없을거다. 그래서 아내와 다짐한 게 있다. 이서가 유치원에 들어갈 시기인 1~2년 안에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게 좋을지, 어떻게 아이를 키우면 우리 부부가 서로 의견 다툼이 없을지 미리 고민하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의 의견을 맞추는 것, 그리고 그 방향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거다. 한번 결정한대로 밀고 나가는 것도 어려울 거고, 그게 맞지 않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주변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만의 교육관을 정하는 일이 우리 부부에게 숙제로 남았다. 육아가 부모의 자녀교육 성적 순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공부는 해야겠지.


202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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