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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Jan 05. 2020

안녕, 나의 2019년

2019년을 정리하며

2010년대가 마무리되었다.


2017년 6월 말에 회사를 나왔다. 바깥(?) 생활을 한 지 햇수로 3년 차가 되었던 2019년. 그 이전보다 조금 더 바쁘고 조금 더 치열했던 것 같은 기분 탓일까. 그리고 이제 2020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에 내려왔다. 나 홀로 워크샵을 하기 위해. 2018년에는 12월에 제주에 내려왔고 2019년 연말에는 사정이 있어 2020년 1월에 내려왔다. 작년에 3박 4일 간 내려왔다가 '너무 짧은데..'라고 생각하고 올해는 하루 더 길게 4박 5일 간 내려왔다. 있어보니 4박 5일도 짧다. 내년부터는 1주일 정도 내려오면 좋을 것 같다.


올 한 해를 한마디로 정리해보자면.. 정리가 안된다. 뭐든 간단히 짧게 요점만 정리하는 게 필요한 세상이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와 한 해를 되돌아보고 내가 잘했던 것들, 이뤄낸 것들, 생각만큼 이루지 못한 것들을 회고하며 그 내용들을 전부 복기해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흘러가듯 살지 않고 내 삶의 궤적을 곱씹으며 내가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 그 발자취에는 얼만큼의 무게가 실려있는지 잊지 않으려 한다.


1. 첫 책,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을 출간하다.


이름만 들어도 막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설레고 뿌듯한 것들이 있다. 작년 한 해를 관통하는 나의 가장 큰 키워드는 바로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이 아닐까 싶다. 6년간 팟캐스트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대한민국 No.1 마케팅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 나를 포함해 신상훈, 김대선, 서정우 세 사람과 함께 했다. 방송에는 자주 나오지 않았지만 스튜디오를 내어주고 방송에 도움과 영감을 준 미디어자몽 김건우 대표까지 5명이 우리 팟캐스트 멤버다.


2014년에 시작해 6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팟캐스트 방송을 하며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 모두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사례로만 채워진 트렌디한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고 회자되고 내세울 수 있는 우리 만의 '관점'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방송에서 늘 이야기하던 5 Core(파이브 코어)를 중심으로 마케팅 책을 쓰기로 했다. 5 Core란, 차별화에 필요한 5가지 요소들로 경제성, 기능성, 편의성, 신뢰성, 기호성을 의미한다.


5 Core는 식품 회사 MD 출신이었던 신상훈 형이 마케팅 일을 하며 스스로 정리했던 내용인데(이 형은 천재다) 팟캐스트 방송을 해나가며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거기에 좋은 책을 만드시는 출판사 천그루숲의 백광옥 대표님을 만나 계약을 하고 수개월 간의 집필에 들어갔다. 수 차례 수정과 교정, 교열을 거쳐 드디어 책이 완성되었다.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출판사 사무실로 책을 받으러 갔다. 건물 1층 로비에 가니 저 멀리서 대표님과 백지수 마케팅 팀장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지수 팀장 손에 들린 책을 건네받는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이게 내 책이라니.. 이게 내 책이라니... 거짓말 조금 보태 내 아이를 건네받은 듯한 감동이었다.

나의, 우리의 첫 책.


출간을 기념해 홍대 팟빵홀에서 80여 명을 모시고 공개방송을 진행했다. 멀리 부산에서 여자 친구와 운전을 하고 올라와 사인을 받으러 오신 분도 있었고, 대구에서 찾아와 주신 열혈 팬(갓은정님 사랑합니다 ㅠㅠ)도 계셨다. 이 책은 우리가 썼지만 청취자분들이 사랑해주고 만들어 가는 책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배경화면은 좀 그로테스크 하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그렇게 나온 책이 경제/경영 신간 매대를 넘어 경제/경영 베스트 매대에 누워 있는 걸 볼 때마다 그렇게 뿌듯하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조금 뜸하지만 아직도 찾아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시다. 그리고 그 덕에 작년 12월, 4쇄를 찍었다.


내 책, 우리의 책이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면 한다.


이 책이 조금 더 빛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이 더 팔렸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온 차별화의 이야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책을 준비하면서, 쓰면서, 책이 나오고 난 지금까지, 책에 나온 이야기가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확신을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마케팅을 주제로 하는 다음 책을 쓰고 있기도 하지만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에 나온 차별화 이야기가 더 많이 알려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2. 마케팅 어벤저스를 마무리하다.


그렇게 6년을 이어 온 마케팅 어벤저스 팟캐스트 방송을 시즌 6으로 마무리했다. '종료'도 '끝'도 아닌 '마무리'라는 애매한 단어를 쓴 이유는 돌아올 여지를 남기고 싶어서다.


6년 동안 매주 팟캐스트를 진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시작한 2014년에는 매주 1개씩 딱 20개의 방송만 업로드했다. 그리고 한해 한해 지나오며 방송 횟수가 늘어났고 나중에는 별도의 중단 없이 매주 방송을 업로드했다. 그러다 보니 비즈니스 분야 1위도 자주 했었고 우리나라 전체 팟캐스트 중에서 1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No. 1 마케팅 팟캐스트라는 이야기를 괜히 하는 게 아니다.


2016년 기준이긴 하다 ㅎㅎ


매주 주제를 정하고, 대본을 구성하고 녹음하고 편집하는 과정을 거친다. 필요하면 게스트를 섭외하고 운영비가 필요해 팟캐스트 중간에 넣을 광고 영업도 직접 했다. 즐겁고 의미 있고 뿌듯한 시간들이었지만 '이걸 언제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몇 년째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작년 초에 책이 출간되자, '이 정도면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019년 4월,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한창 인기를 끌 무렵, 마케팅 어벤저스도 엔드게임이라는 방송명과 함께 시즌 6을 마무리 지었다.


팟캐스트만 두고 보자면 참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함께한 멤버들은 방송을 하며 백수가 되었다가 다시 취업을 했다가 사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네 번의 공개방송을 통해 전국 각지에 있는 청취자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100만 원짜리 유료 광고를 유치했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유부남 1명에 총각 4명으로 구성되었던 멤버가 이제 모두 결혼해 가족 모임을 하기도 한다. 작년 6월에는 베트남 하노이로 다 함께 뒤풀이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다섯 명이 함께 한 것은 물론 뜨겁고 습한 날씨 덕에 더욱 못 잊을 추억이 되었다.



늘 생각해온 게 있다. 방송이 끝나더라도 나에게는 우리 멤버들이 영원히 남을 거라는 것. 종종 멤버들 사이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오래 하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불화도 있지 않냐고. 맞다. 서로에게 쌓인 오해와 불만들이 터질 때도 있었다. 근데 그래 봐야 1~2년에 한 번 정도였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싸우고 서운해할 사이가 아니다.


바보 같지만 사랑스러운 멤버들


마케팅 어벤저스가 언제 다시 시작할지, 시작하기는 할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도 모른다. 정말 아무도 모른다. 혹여나 마케팅 어벤저스가 다시 시작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보내준 응원과 사랑 그리고 방송을 진행하며 느꼈던 성취감과 고민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돌아오겠지. 마케팅 어벤저스!


3. 밀리의서재 오디오북(구, 리딩북) 리더가 되다.


책이 나오고 여러 전자책 플랫폼에 전자책을 등록했다. 교보문고, 리디북스 그리고 밀리의서재. 밀리의서재에는 조금 특별한 기능이 있었다. 오디오북처럼 책을 읽어주기는 하는데 30분 내외로 책 내용을 요약 발췌하여 읽어주는 거다.


일반 성우가 요약해서 읽어주기도 하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이 보통 리딩북(Reading book)의 리더(Reader)로 참여한다. 그러니까 그게 누구냐면....


이런 사람들이다.


그밖에 자기 책을 저자가 직접 읽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보통 1회성인 거다. 나도 나름 팟캐스트 6년 차에 목소리 좋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고 발음 연습도 열심히 했던 터라 내 책의 리딩북을 직접 진행했다.


그리고 얼마 뒤 리딩북 담당 팀에서 연락이 왔다.


마케팅 분야 리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시작한 밀리의서재 리딩북 마케팅 리더. 리딩북 담당자님과 상의해 매월 두 권의 책을 선정해 요약해서 읽고 녹음하고 있다. 내 목소리로 녹음한 리딩북이 지금까지 총 12개 올라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올라올 예정이다. (뭐야 얘 사진만 왜 이렇게 커? 설마 확대한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맞다. 정확히 보셨다.)


책을 읽고 요약하는 게 실제로는 내 맘대로 요약본을 만드는 게 아니라 발췌만을 통해서 녹음해야 하기 때문에 요약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게 수월하게 되는 책이 있는 반면.. (여기까지..) 아무튼 내년에도 리더는 계속하기로 됐다. (연장 확정 ㅎㅎ) 내년에도 좋은 책들을 쉽게 전달해드리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4. 퍼블리 저자가 되다.

퍼블리에서 월간서른 연사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포트를 발간했다. 다른 훌륭한 연사분들도 많으시지만 퍼블리와의 협의를 통해 퍼블리와 결이 맞는 6팀 총 7명 연사를 선정했다. JTBC 트래블러의 작가인 서른, 결혼대신 야반도주팀(위선임과 김멋지)부터 백영선 대표님, 플레이스캠프 김대우 매니저님, 남의집프로젝트 김성용 대표님, 스몰스텝 박요철 작가님, 스여일삶 김지영 대표님까지.


제목은 '회사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제목 기가 막힌다. 맞다. 내가 지었다.) 지금까지 1,338명이 읽었다. 조금 더 읽어주셔도 된다. ㅎㅎㅎ 회사를 다니며 '회사가 아니어도 되려나?' 싶은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아직 안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바로 확인해보시길! (함께 리포트 만드느라 고생해주신 보현씨에게도 감사 ^^)



5. 월간서른이 준비한 플리마켓 '서른마켓'을 열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월간서른은 뭐만 미약하게 시작했다하면 그 끝이 창대해진다. 올해 끝이 가장 창대했던 건 아무래도 플리마켓이 아니었을까 싶다.


여기저기서 개인이나 브랜드에서 플리마켓도 많이 하고 나도 당근마켓으로 물건도 열심히 팔던 시기라서 '플리마켓이나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10여명 모아서 공간 작은데 빌려서 아기자기 귀여운 규모로 해볼까 했던거다. 그래서 월간서른 단톡방에 셀러 참여하실 분이 계실지 물었다. 그런데.. 모든 건 세치 혀 아니, 세치 손 끝에서 시작한다.

이 질문이 플리마켓의 미약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중고나라 때문인지, 당근마켓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언가 팔지 못해 안달이 나 있던게 분명하다.


그렇게 단순히 셀러를 모집하려던 계획은 운영진을 모집하기에 이르렀고 10여명의 운영진이 모였다. 3~4번의 미팅을 통해 업무를 나누고 각자 준비에 돌입했다.


먹고 노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열일 중인 플리마켓 운영진들


장소를 섭외하고, 셀러를 모으고, 홍보를 시작했다. 셀러는 25팀 정도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50팀이 신청을 했다. (왜 때문에...??)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절반의 지원자가 탈락하게 되었고 탈락하신 분들의 원망을 여러모르 들었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더 걱정되는게 있었다. 행사 당일날 과연 사람이 얼마나 오겠느냐는 거였다. 운영진이 10명이고 셀러가 25팀이니 지인들을 3~5명씩 오면 100명은 넘게 오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걸로 안심할 수는 없었다. 미니 강의를 만들었다. 단돈 1만원에 플리마켓 현장 2층에서 강의를 듣고 1층 플리마켓에서 쓸 수 있도록 5천원짜리 바우처를 제공했다.

감사합니다 연사님들!

그리고 운명의 당일, 하늘이 도왔는지 날씨가 좋았다. 바로 앞 BTS 팝업스토어에는 하루 종일 사람들이 득실댔다. 그 사람들을 또 플리마켓 현장으로 데려오느라 고생한 우리 운영진 분들(특히 도경님 ㅠㅠ)이 너무 멋졌다. 플리마켓은 그렇게 우리의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인 4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찾아와 대성황을 이루었다.



서른마켓이 잘되었냐고 묻는다면, 당일 플리마켓을 마치고 한 셀러 분이 던진 질문으로 그 답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 서른마켓은 언제인가요?


이거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시작한 플리마켓 치고는 잘 해냈다는 생각이다. 서른마켓을 마친 그날 밤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무언가 모를 아쉬움과 여전히 남아 있는 설레임 때문에. 그리고 9명의 운영진이 함께 모여 힘을 합쳤다는 그 뿌듯함 때문에.


올해에도 서른마켓은 계속 될 예정이다. 사실 뭐라고 쓸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쓴다. 계속 될거라 썼으니 계속 되겠지 ㅎㅎ (플리마켓 준비 과정은 워낙 이야기가 많아 별도 글로 남겨봐야겠다.)


6. 월간서른에 모인 팀장들과 스터디를 진행하다.


팀장 스터디도 시작된 계기가 서른마켓 때와 비슷하다. 월간서른 단톡방에 삼십대 팀장님들이 많이 계신것 같더라. 그래서 팀장들끼리 모여서 이야기 나누고 스터디를 해볼까 했고 또 단톡방에 이야기를 남겼다. 그렇게 모인 30여명이 10월에 처음 모였다. 장소는 참가자 중 한분이 자신의 사무실 회의실을 내어주셨다. 한달에 한번씩 총 3번의 모임을 가졌고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다양한 회사의, 디자인부터 금융까지 다양한 직종의 팀장님들이 모였다.



스터디 역시 내년에도 이어가보려 한다. 더 다양한 종류의 스터디나 모임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 어떤 모습으로든 간에.



7. 월간서른, 배민아카데미와 콜라보 강의를 진행하다.


몇몇 브랜드들과 월간서른을 함께 진행해보긴 했지만 가장 설레는 그리고 가장 제대로 된 형태의 콜라보를 진행했다. 배민아카데미와 함께. 뭐 이래저래 평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 배달의민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내 강의에서도 종종 소개하는 게 배민 아카데미다. 그런데 그 곳과 월간서른이 함께 하다니.


배민아카데미 담당자께서 태용님과 함께 했던 월간서른에 와보시고는 제안을 주셨다. 월간서른과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그렇게 시작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나온 시리즈 강의가 바로 '내 가게 해볼까?'이다.


아름다운 강사진을 보라


배민아카데미의 배려 덕분에 월간서른의 색깔과 배민아카데미의 색깔이 모두 살아있는 강연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년 12월에는 책바를 운영중인 정인성 대표님의 강의가 진행되었다. 140여명이 참여해 배민강의장을 가득 채운 채 진행되었다. 함께 하는 첫 시간이다 보니 미흡한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이 즐거워해주시고 즐겨주셨다.


즐거워 보이지 않는가? 나만 너무 즐거워 보이나..


아직 두번의 강의가 더 남았다. 잘 마무리 짓는 일이 먼저다. 다만 이번 콜라보를 통해 올 한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올 한해도 멋진 브랜드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계획하려 한다.


8. 매거진 인터뷰를 하다.


공교롭게도 12월에만 3번의 매거진 인터뷰를 했다. 신문사에서 몇번 인터뷰를 해 지면에 실리기도 했는데 매거진은 처음이었다. (정확히는 올 초에 월간서른 소개 아티클이 톱클래스에 실리기는 했지만 직접 인터뷰는 아니었다.)


첫번째 인터뷰는 톱클래스였다. 작년 초에도 온라인으로 월간서른에 관심 가져주시고 실어주셨는데 1월호 특집으로 기사를 준비한다며 인터뷰를 제안해주셨다. 알고보니 동갑이라 더 편했던 서경리 기자님과 이태원 맥심 플랜트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감사했던 건, 퍼블리 박소령 대표님, 부자언니 유수진님처럼 유명하신 분들과 하나의 기획 기사에 실렸다는 것. (ㅎㄷㄷ)


계획을 계획하다니..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그 중에서도 내 인터뷰는 바로 아래 기사로 나왔다. 짜잔!


두번째 인터뷰는 무려 아레나였다. 아레나라니... 정확한 명칭은 아레나 옴므 플러스다. 아무튼 막 몸 좋고 섹시한 남자들 데려다가 표지 모델로 쓰는 그 아레나라니.. 살롱문화를 취재하면서 남의집프로젝트, 넷플연가와 같은 잘나가는 살롱들과 함께 소개되었다.


설명 안해도 알겠지만 왼쪽이 아레나 1월호 표지모델 장성규 (...)


세번째로 인터뷰한 곳은 KDI 나라경제. KDI에서 만드는 매거진인데 30주년을 기념해 30과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 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첫번째가 월간서른이라고 한다. ㅎㅎㅎ 여기는 기사도 잘써주시고 사진도 아주 그냥 이쁘게 찍어주셔서 프로필 사진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다.


매거진에 내 얼굴이 실려 기부니가 조타!! 는 마음이 없진 않다. 아니 사실 거의 없다. 그보다 훨씬 더 크게 드는 생각은 '아, 더 많은 사람들이 월간서른을 알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알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마음이다. 2년을 꽉 채운 시간동안 내가 해왔던 활동의 결과가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고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에 더 감사한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2020년 계획에도 월간서른의 비중이 꽤 크다.




업무적인 회고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일 두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대상포진을 만나다.


안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만났다.


2019년 연초는 꽤나 바빴다. 대형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워크샵도 준비해야 했고 가장 중요한 책 원고를 마감하는 일이 급했다. 새벽까지 일하고 밤 새며 일하는 일상이 그리 유난스러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오른쪽 허벅지가 간지러운 듯 하다가도 때로는 바지가 스치기만해도 따가운 느낌에 거슬렸다. 별 일 아니겠거니 하고 며칠을 지낸 뒤, 너무 간지러워 자세히 보니 수포가 올라와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아프고 수포가 올라온다'는 증상을 종합해보니 머리 속에 떠오른 병명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대상포진.


며칠 째 증상을 혼자만 알고 있다가 아내에게 이야기 했더니 불호령이 떨어졌다. 지금까지 말 안하고 뭐했냐고. 그 길로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갔고 바로 대상포진 판정을 받았다. 의사 말에 따르면, 따가운 증상만 있었다면 대상포진 확진이 어려운데 수포가 올라와 있어 바로 대상포진 확진을 내렸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한소리 들은게 억울하다. 어차피 수포가 올라오기 전에 병원에 왔으면 대상포진 판정을 못받았을 텐데, 수포가 올라온 뒤 병원에 왔으니 얼마나 효율적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을 두번 안왔어도 된거잖아? 어찌되었건 다행히 며칠 간 푹 쉬고 약을 먹었더니 금세 증상이 사라졌다.


그 뒤로도 새벽까지 일하는 어쩔 수 없는 버릇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몇일 무리했다 싶으면 주말이든 언제든 잠을 푹 잔다. '내가 운동을 못하지 잠을 못자나?!' 싶은 마음에 최대한 잔다. 다시는 아프기 싫다는 생각도 있고. 종종 신생아 버금가는 수면량을 보이는 덕에 아내에게 '우리집 신생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결론이 뭔가 이상한데.. 대상포진은 내게 꽤나 큰 트라우마를 남겼다. 내 몸뚱이 소중한걸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큰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2020년 내 지상과제는 '건강하기'이다.


2. 김호 대표님을 만나다.


간혹 누군가 나에게 '책을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면 어김없이 이야기 하는 책이 한 권 있다.


2015년 설 연휴, 생각을 정리하고자 제주도에 책 한권을 들고 내려온 적이 있다. 별 생각없이 읽던 책, 그런데 책의 구절 하나하나가 마음을 사로 잡았다. 바로 노트를 펴고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필사했다. 그리고 책에 나온 개념들로 내 생각을 정리했다. 그때부터 그 책은 내 인생책이 되었다.


그렇게 읽은 책이 바로 ‘쿨하게 생존하라’였다.

책의 저자이신 김호 대표님을 만나뵙고 싶던 건 그때부터였다. 만나려고 했다면 대표님과 인연이 있는 지인들을 졸라 만날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더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했다. 그 후 쿨하게 생존하라에 나온 8개의 모자와 퓨처 메모리북 그리고 GPS의 개념들을 늘 마음에 새기고 지내왔다.


그리고 4년이 지나 퇴사를 하고 월간서른을 운영하게 되었고 반디앤루니스와 우연히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간서른 대표가 추천하는 인생의 책을 알려달라는 거였다. 당연하 주저없이 쿨하게 생존하라를 추천했고 인터뷰 인증샷을 페북에 올렸다. 그걸 본 한 페친(김재은님 감사합니다 ^^)께서 김호 대표님을 댓글에 태그해주셨고 그 인연으로 김호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첫 만남에서 1시간 반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지금도 종종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성덕입니다.


게다가 첫만남에서 나눈 대화를 대표님이 매주 연재하시는 칼럼에 인용해주시기까지! 성덕이 된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ㅎㅎ


무언가 간절히 바라면, 그리고 그 만큼 간절히 노력하면, 그 노력의 끝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감동적이면서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sETvJOBiU4

언제 봐도 감명깊은 김호 대표님의 세바시 강연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




작년에 별 생각없이 나의 업무적 성과를 학점으로 매겼었다. 별 생각없이 항목을 정하고 점수를 매겨봤는데 뭐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매번 해볼까 한다.


경제적으로는 A 학점. A를 줄만큼 많이 벌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수익이 들어오는 수익원이 다양해졌다는 점, 그리고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수익이 늘었다는 점에서 후한 성적을 주고 싶다. (현실적인 내 목표나 욕심에 비하자면 D학점을 줘야 겠으나..) 올해에는 OSMU(One Source Multi Use)방식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을 늘려가고, 더불어 임팩트 있는 컨텐츠들을 통해 내 몸값을 높이는 노력을 하려 한다.


여유 시간 생성 관점  B 학점.  작년엔 휴가도 많이 가고 몰아서 쉬는 날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일에 매몰된 한 해였다. 올해는 운동과 문화생활 그리고 취미에 투여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려 한다.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고 루틴이 사라져 버리니 오히려 일과 삶의 구분이 모호해진 느낌도 있다. 올해에는 다시 일할 공간을 정하려고 한다.


브랜딩 관점에서 보자면 A 학점. 브랜딩 관점에서 딱히 점수를 줄만한 일이 없었지만 12월에 매거진 인터뷰 3개가 한 번에 몰아치는 바람에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퍼블리 저자로서도 참여했으니 지금 수준에서라면 충분히 A를 줘도 될 듯한다.


시간 활용 측면에서는 B 학점. 여유시간 생성 관점에도 적었지만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면서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몰입도가 그만큼 낮았다는 이야기다. 매일 매일 일을 쳐내고는 있는데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총점은 B+학점. 작년엔 B였는데 이번엔 B+ 정도 될 것 같다. 건강 측면을 하나 추가하자면 거의 낙제 수준이긴 한데... 건강 항목은 올해 열심히 챙겨놓고 올 연말부터 평가해봐야겠다 ㅎㅎㅎ


이렇게 저렇게 2019년이 지나고 2020년이 되었다. 두려움이 앞서면서도 설레임이 두배는 되는 한해이기도 하다. 자세한 얘기는 2020년 계획 글에 별도로 쓸 예정. 2019년 한 해도 참 고생 많았다.이 글을 쓰느라 고생하기도 했(6시간 걸렸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도 읽으시느라 참 고생 많으셨다.



강혁진


마케팅 콘텐츠 기업 워크베터컴퍼니 대표


밀리의서재 리딩북 마케팅 분야 리더를 맡고 있으며 대한민국 No.1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 네이버 오디오클립 아니연맨의 마케팅 땅 짚고 헤엄치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케팅 차별화의 법칙이 있다. 카드회사에서 SNS 채널 기획과 운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과 실행, 신규사업의 마케팅 수립 그리고 전사 전략 및 비전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10년 후를 준비하는 30대의 모임 월간서른을 운영 중이다. 월간서른을 통해 직장을 포함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고 있는 30대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2018년 1월부터 매월 1회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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