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의류 브랜드, 중고소비, 그리고 자아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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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직원 사고와 미흡한 대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활발했습니다. 2019년에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단체의 상품을 소비하지 않는 보이콧(불매) 활동이 한국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을 통해 기업에게 목소리를 내는 행위인 불매 운동은 결국 '모든 소비는 하나의 메시지'라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소비가 가진 메시지는 환경에 대해서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의류 산업에서, 소비자들은 어느 순간부터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에게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임감 있는 생산 방식, 한 번의 구매로 대를 이어 입을 수 있는 내구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자 파타고니아는 다른 브랜드도 이 뜻에 동참할 수 있도록 SAC(지속 가능한 의류 연합, Sustainable Apparel Coalition)라는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전세계 많은 의류, 신발, 섬유 기업들의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립할 수 있었고, ‘1% for the planet’이라는 단체를 설립하여 의류 기업들이 ’지구세(earth tax)’를 내는 움직임을 확산시켰습니다.
뜻있는 기업과 지지하는 소비자가 만나 만들어낸 움직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는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친환경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플라스틱 재사용 원료를 사용하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기 보다는 페이크 퍼, 식물성 가죽을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폴리에스터 인조 가죽을 '에코 레더'라고 자랑하는 그린워싱을 하는 기업들이 있어 마음이 아팠지만 덕분에 그린워싱이라는 키워드가 화제가 되었으니 잘된 것 같기도 하네요.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가속화되면 그동안 무분별한 생산과 폐기로 지구를 병들게 하던 의류 산업의 어두운 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런 움직임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소비를 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면 친환경 라인의 제품으로 구매하고, 그 외에도 국내외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제품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지요.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에서 6개월간 근무할 때 한국의 수많은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저에게 새 물건이 필요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구매하는 것은 과잉 공급을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친환경 라인을 구매하는 것은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지만, 그 이전에 모든 구매는 생산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지요.
생산을 응원하는 것은 그 과정이 비교적 친환경적이더라도 결국 지구를 구하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저의 소비 패턴은 그림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중고구매는 생산을 부추기지 않는 좋은 방법입니다.
올해 구매를 계획했던 청소기와 휴대폰을 중고로 구매하면서 가격, 제품 상태, 그리고 나의 기분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지인의 중고품을 물려받는 것도 저의 소비를 줄이는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친형의 물건을 물려받았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물려받는 것을 주변에 자랑하면 더 많은 것을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친구, 회사 사람들까지도 본인이 입기 어려워진 것들을 물려주고 있네요.
매일같이 들고다니는 업사이클 브랜드 프라이탁의 가방까지도 중고로 샀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맞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이 소비가 나의 생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고민해보았을 때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이 최상의 소비가 아닐까요?
갸우뚱 한다면 조금 더 고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제 친구가 자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친구는 원하는 것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가졌을 때의 행복감을 위해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기간'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바로 가질 수 있더라도, 해당 기간 동안 그것을 가진 자신을 상상하고, 그것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한다는 겁니다.
너무 귀엽고 착한 방식이라 생각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