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by 규영

2023-02-26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아이들은 카를로스가 경쟁자가 아니라는 사실, 카를로스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금세 깨달았다. 카를로스를 긴장하게 했다가는 카를로스가 맡은 부분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뿐이었다. 아이들은 호의적인 질문자가 되어 카를로스가 공부한 내용을 차근차근 끄집어냈다. 같은 방식으로 몇 주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카를로스는 다른 아이들과 좀 더 편하게 지내는 듯했고, 이후에는 반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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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세계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아서, 모두에게 권하고 싶을만큼 훌륭한 책이 절판되는 경우가 많은가 하면, 여기저기 추천과 수식어가 허다하게 보이지만 부실한 내용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었다. 많은 연구자의 책이 그런 것처럼, 처음부터 책으로서 기획된 게 아니다 보니 내용이 산만한데다, 과학으로부터 대중적인 메시지를 끌어내려는 데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아쉬웠다.

과학은 언제나 현상만을 말할 뿐이다. 과학적 사실에서 교훈을 이끌어내려 할 때는 언제나 비약이 발생한다. 인류가 다정해서 살아남았고, 다정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할 때, 그것이 오늘 내가 다정해야할 필연적인 이유가 될 순 없다. 윤리와 규범은 종교나 철학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지 과학에서 추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펜서의 사회진화론과 나치의 우생학이 바로 같은 실수를 했다.

또, 저자의 분야인 동물행동학을 포함해서 사회심리학, 진화생물학 같이 귀납적 탐구를 연구 방법론으로 삼는 과학에서는 인과관계와 상관관계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어떤 이론을 ’참‘으로서 증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가령,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지, 살아남은 것이 다정하게 되는 지, 혹은 둘 다 인지는 서로 다른 과학적 주장이지만 정확히 밝혀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발생과 진화와 같이 굉장히 복잡하고 컨트롤하기 어려운 현상은 실험실에서 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나는 과학 분야의 책이라면, 학계에서 주류 담론으로 증명되지 않은 입장을 대중서로 출판하는 일에 비판적이다. 대중이 ’알 권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같은 과학철학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읽은 책의 내용만을 과학의 입장 전부, 혹은 ’과학적 진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판의 글이 길었는데, 그럼에도 책에서 생각하고 배울 지점은 분명히 있다. 첫째, 다정함이란 편협한 다정함이라는 사실이다. 침펜지와 인류는 보노보와 달리 식구들에게는 다정하지만 적에게는 가차없이 잔혹할 수 있다. 다정함이 인지능력과 창의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지만, 그 다정함이 다른 한편에서 혐오를 유발한다면, 과연 다정함이 좋은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둘째, 다행히 다정함의 경계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접촉‘을 통해서다. 경계 너머에 있는 이들과 반복된, 가까운 접촉은 그들을 외부의 적이 아닌 내부의 동료로 보게 한다. 각종 갈등이 넘쳐나는 시대에 타인과의 ‘접촉’을 늘리는 시도는 분명 사회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기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일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 남았다. 그리고 살아 남은 자들의 ‘다정함’을 입지 못한 것은 대부분 멸종했다. 이제 인간을 비롯해 인류세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종들이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갖추어야 하는 건 ‘다정함의 밀도’가 아닌 ’다정함의 넓이‘이겠다. 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살아남는 법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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