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영화. 마지막 10여분의 엔딩과 함께 폴 메스칼이 연기한 캘럼의 눈빛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같은 눈빛을 하고 살고 갔을 많은 존재자들의 무게가 적적하게 담겨있는 듯 하다.
영화는 캠코더의 재생과 함께 시작한다. 에든버러에 사는 소녀 소피는 여름방학과 그녀의 열 한번 째 생일을 맞아 아빠가 살고 있는 튀르키예에 찾아왔다. 부녀는 지중해 근처에 있는 호텔에 머물며 소중한 휴가를 보낸다. 그녀의 아빠 캘럼은 이제 서른 한 살이 되었고, 소피의 엄마와 이혼해 살고 있으며, 과거에 상처가 있고, 소피는 모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소피는 틈틈이 아빠의 캠코더로 신나는 순간들과, 함께하는 아빠를 촬영한다. 휴가가 끝나고 소피는 아빠와 공항에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영국으로 돌아가는데, 그게 아빠의 마지막 모습이 되어버릴 줄 몰랐다.
어느날 소피는 꿈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 추던 마지막 날 밤으로 돌아가 괴로워하는 아빠의 모습을 본다. 꿈에서 깬 그녀는 연인과 함께 지내며 육아까지 하는 듯 하다. 조용히 일어나 아빠의 유품인 듯한 캠코더를 꺼내 옛 영상을 켠다. 영상 속 소피는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 아빠는 젊다. 소피의 시선에 튀르키예는 너무 아름답다. 웃고 있는 아빠의 모습에는 어딘가 그늘이 보이는 듯하다. 어린 소피는 몰랐다. 영상은 몇개의 클립으로만 존재하고, 영화는 그 나머지 장면들을 보여준다. 그게 소피의 상상일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지금 더할 것 없이 없이 슬퍼 보인다. 이제 같은 태양 아래 아빠는 없다. 소피는 나이들어 가겠으나 영상 속 아빠는 영원히 서른 한 살에 머물러 있겠다.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이별의 경험을 한 적 있는가? 세상으로부터 외로이 고립된 존재의 눈동자를 본 적 있는가? 이제는 기억에만 남은 그리운 이가 있는가? 이 영화는 소피와 그녀의 아빠 캘럼의 마지막 휴가를 통해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자들이 이미 경험했거나 앞으로 경험할 상처를 어루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