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곰샘 Jul 13. 2021

한걸음 밖에서 본 HR 데이터 분석



누가 뭐래도 메석대!

  

 FC 바르셀로나는 메시가 있습니다. 네이마르와 수아레즈가 나가도 이니에스타와 사비가 없어도 메시만은 남아있습니다. 주인공이니까요. <무한도전>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유재석입니다.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멤버들은 없지만 사실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 혼자서 찍는 <무한도전>의 연장선과도 같습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말할 때, AI, IoT, 로봇, 클라우드, 5G 등 많은 등장인물이 있지만 주인공은 결국 데이터입니다. 디지털화한다는 것은 결국 데이터화 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한마디로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기술은 우리가 찾지 못했던 데이터를 가공하고 수집하고 분석해서 경쟁 우위를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더 말하지 않더라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HR도 마찬가지입니다. HR 담당자분들도 HR Analytics, People Analytics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이고, 여기 인살롱에 게시된 좋은 글들도 많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HR 담당자로 일하는  동안 HR 데이터 분석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보고, 실제 분석을 해보면서 재미와 보람도 느꼈습니다. 네, 맞습니다. 오늘 제가 원래 하려던 말은 HR 데이터 분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작년 10년 간 근무했던 HR을 떠나 한걸음 밖에서 바라봤을 때, 사람들은 HR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HR이 어떤 제도를 운영하는지 조차 모르는 직원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HR 데이터 분석에 대해서도 그랬습니다. 경영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출 데이터, 고객 데이터, 운영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직접적으로 회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직원이나 경영진들에게 관심을 가져올 수 있는데 반해 HR 데이터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HR 내부의 뜨거운 관심과 대조적인 분위기에 아 이게 정말 HR만의 관심사가 아닐까 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냉정히 생각해보면 과거에도 HR에서는 ROI나 직원의 생산성에 대한 분석을 해왔지만 경영 성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해왔던 HR 데이터 분석의 아쉬운 점을 떠올려 봤습니다. 


나의 HR을 돌아보다

 첫째, 경영환경에서의 학문적 사고방식입니다. 실제 비즈니스 과제에 대한 이해가 아닌 학문적 사고방식과 이론에 기반을 둔 분석을 시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에서는 분석의 결과는 의사결정이나 행동이어야 하는데, 이론적 통찰만을 제시한다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통찰이라는 단어 자체는 좋은 뜻이 담겨있지만, 보고서에서는 마땅한 실행계획이 없을 때 이를 감추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죠. 저만 그런가요?

 

 둘째, HR Center-of-Expertise(CoE)에서 HR 데이터 분석을 실행했습니다.  인재개발원에서 HR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네요. 외부 시장과 비즈니스 이해도가 낮은 HR 담당자가 분석을 하면 HR 내부 관점에 치우쳐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쉽습니다. 비즈니스 전략과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죠. 예를 차기 경영자 승계를 위해 데이터 분석을 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임원 후보자나 고위 임원 교육을 할 때 하곤 하죠. 과거의 저라면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기존의 성공했던 경영자의 요인을 분석해서 예측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차기 경영자에게 이런이런 역량이 필요하니 이렇게 교육하겠습니다 경영진에 보고합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즈니스 임팩트를 주고 싶다면 그 시작이 비즈니스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 회사는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그 사업을 수행하는 리더의 역할은 무엇이냐, 그 리더는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이 좋을지 내부에서 육성하는 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 유명한 HR의 구루 데이브 울리치 박사는 라무르센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Learning from practice: how HR analytics avoids being a management fad>라는 이름의 학술지를 발표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HR 데이터 분석의 짧은 유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내용이죠.  그가 제안한 첫 번째는 비즈니스 문제에서 시작하라는 것입니다(Start with the business problem). 그러니까 HR 데이터에서 출발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HR에서 이미 확보한 교육만족도, ROI, 리더십 역량조사, 조직문화 설문조사를 통해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매번 유사한, 또는 아주 가끔 우리의 선입견을 조금 바꿀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기 쉽습니다. 그러나  “향후 3~5년 동안 우리 기업이 직면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HR이 어떻게 동일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답하는 과정에  HR 데이터 분석을 사용할 때 그 가치가 더 커질 것입니다. 실제로 신사업 전략을 수립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돈도 아니고, 시장환경도 아니고 과연 그 일을 누가 할 것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필요한지, 바로 사람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HR 데이터 분석은 HR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닌 다른 부서를 포함한 전체 비즈니스 분석의 일부로서 실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가치 사슬의 일부로써 인적 자본 요소를 살펴보고 분석을 통해 다양한 배경의 관점이 교차 및 결합될 때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로 영업 담당자는 상품이 아니라 문제를 판다는 말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과제를 키워서 여러 구성원이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쩌면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배우는 것은 이것에 비하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HR 데이터 분석 과제를 여기저기 침투시키는 능력, 여러 이해관계자를 만나서 설득하고 판을 키우는 능력이 HR analytics에 꼭 필요한 능력입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볼까 합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데이터 분석 정말 중요합니다. HR 데이터 분석 꼭 필요합니다. HR 담당자가 미래에 갖추어야 할 역량임에도 동의합니다. 다만 우리가 분석해야 할 문제, 우리가 가치를 증명해야 할 대상이 HR밖에 있다는 것만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내 PC 모니터에서 화려한 차트, 멋진 장표, 고급 통계, 머신러닝에 쏟는 시간보다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래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고 판을 키우는 일은 HR이 참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아까 주인공 이야기를 했었죠. 비즈니스 데이터 분석에서 HR 데이터는 주인공이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안 보는 영화의 주연보다는 천만 영화의 명품조연이 낫지 않을까요? 멋진 가자미가 됩시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채치수, 너는 도미가 아니다. 가자미다!


매거진의 이전글 메타버스 시대, 오피스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